2일부터 시행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의 핵심은 비(非)은행 금융그룹에도 상당한 정도의 자본적정성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평상시 자본(적격자본)이 위기가 닥쳤을 때 필요한 자본(필요자본)보다 더 많아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주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삼성, 한화, 교보, 미래에셋, 현대자동차, DB, 롯데 등 7개 금융그룹이 지금은 모두 기준선인 100%를 크게 웃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통합감독법엔 모범규준보다 엄격한 평가기준을 마련키로 해 7개 금융그룹이 안심하긴 이르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 일각에선 이 제도가 일부 그룹에 대한 지배구조 개편 압박카드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생명·화재가 삼성전자 주식 갖고 있어 위험 커진다는 금융당국
◆미래에셋 타격 가장 커

금융위가 1일 공개한 통합감독 모범규준은 대상 그룹의 자본적정성 비율(적격자본을 필요자본으로 나눈 값)이 100% 이상 되도록 정했다. 여기엔 △중복자본(금융계열사 간 출자) △집중위험(비금융계열사 출자) △전이위험(그룹위험 관리역량) 등 위험 항목이 반영됐다. 우선 분자인 적격자본은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자기자본 합계에서 금융계열사 간 출자금을 빼야 한다. 분모인 필요자본은 최소요구자본(총자산의 8%)에서 비금융계열사 출자 등 집중위험과 전이위험을 더하는 방식이다.

금융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7개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제도 시행 전인 지난해 말 기준 254.4%에서 171.0%로 83.3%포인트 하락한다. 미래에셋이 307.3%에서 150.7%로, 156.7%포인트가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삼성도 328.9%에서 221.2%로, 107.7%포인트 감소한다. 계열사 간 출자구조가 복잡한 삼성과 미래에셋의 그룹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감소폭이 컸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이어 교보(98.4%포인트), 롯데(65.2%포인트), 한화(57.5%포인트), DB(53.1%포인트), 현대차(44.8%포인트)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 압박하나”

이번 모범규준 최종안엔 금융위가 지난 4월 공개한 모범규준 초안에 포함돼 있던 금융그룹 명칭 사용 금지 등 제재조항이 빠졌다. 금융위는 “자본적정성 비율을 지키지 못했을 때 내리는 제재조치는 하반기에 제정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에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 대상이 되는 금융그룹들은 제도가 시행돼도 당분간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향후 통합감독법 제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금융위의 이번 시뮬레이션에선 필요자본 가산요인이 되는 ‘집중위험’ 항목이 빠진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룹 전체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제도 취지에 따라 일정 한도 이상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은 집중위험으로 간주해 분모인 필요자본에 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위험자본으로 간주하는 것이 금융위의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 집중위험 항목은 통합감독법에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 약 29조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는 삼성이 집중위험 한도를 최대 20조원 초과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할 수 있다. 금융위는 “통합감독법이 시행되면 7개 금융그룹 중 삼성만 유일하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모범규준 및 법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본적정성 평가 시 위험관리 역량 등 금융당국이 추상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며 “향후 법 제정 과정에서 특정 기업을 겨냥한 규제항목이 추가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은행이 아니라 보험사 증권사 등 제2금융권 회사로 구성된 금융그룹을 감독하는 제도. 위험이 계열사로 번져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취지다. 금융 계열사가 2개 이상이며 합산 기준 자산 5조원 이상인 곳이 대상이다. 삼성, 한화, 교보, 미래에셋, 현대차, DB, 롯데 등 7곳이 선정됐다.

강경민/서정환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