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스위트
아뜰리에 스위트
프랑스가 정치적 격동기를 끝내고 안정을 찾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를 ‘벨 에포크(belle poque)’라고 부른다. 산업혁명을 거쳐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예술과 문화가 번창하던 시기다. ‘뭐하나 부족할 것 없던’ 시기 프랑스 파리의 귀족사회에서는 호화로운 장식의 건축과 인테리어가 유행했다.

다음달 19일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바로 옆에 문을 여는 ‘레스케이프(L’Escape)’는 이 당시 프랑스 파리의 느낌을 살린 국내 첫 프렌치 스타일 호텔이다. 웨스틴조선호텔 등을 운영해온 신세계그룹이 내놓은 첫 번째 독자 브랜드 호텔이자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부티크호텔(시설보다는 개성을 앞세운 호텔)이기도 하다.

호텔명 레스케이프는 프랑스어 정관사 ‘르(le)’와 ‘탈출’이란 뜻의 ‘이스케이프(escape)’의 합성어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뜻한다. 호텔 이름처럼 서울 시내에서 로맨틱한 파리 분위기를 느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객실과 부대시설을 꾸몄다.
라이브러리
라이브러리
강렬한 붉은 인테리어의 고풍스러운 객실

레스케이프호텔 객실은 서울에 있는 기존 호텔과 많이 다르다. 강렬한 붉은색의 커튼과 카펫, 고풍스러운 가구 등 인테리어부터 그렇다. ‘부티크 호텔의 대가’로 불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자크 가르시아가 19세기 파리의 귀족사회 모습을 본떠 설계했다. 객실마다 패턴이 다른 고급 자수 벽지와 낮은 조도의 조명, 꽃 문양의 캐노피 장식 등으로 고풍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레스케이프호텔은 지상 25층 규모로 스위트 객실 6타입(아틀리에스위트, 프리미에스위트, 코너스위트, 로열스위트, 프레지덴셜스위트, 레스케이프스위트)과 딜럭스 4개 타입(미니, 아모르, 시크레, 아틀리에)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총 204개 객실 중 스위트룸이 80개로 40%에 달한다. 딜럭스 객실 중 가장 작은 크기의 ‘미니’는 1박에 36만원가량이다. 스위트 중 가장 작은 ‘아틀리에 스위트’는 52만원이다. 객실 내 침대는 에이스침대의 프리미엄 라인 헤리츠 제품을 썼다. 욕실용품은 시트러스 향이 특징인 ‘포멜로 파라디’ 제품을 놨다.

호텔 7층의 라이브러리는 레스케이프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한 공간이다. 파리의 살롱과 서재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가구와 벽지, 카펫 등을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제품으로 했다. 라이브러리는 스위트룸 투숙객만 사용할 수 있다. 8층 스파는 프랑스 고급 스파 브랜드 ‘비을로직호쉐쉬’와 ‘테마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문 테라피스트의 맞춤 서비스가 제공된다.

레스케이프는 반려견과 함께 투숙할 수도 있다. 호텔 9층이 반려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펫프렌들리 공간으로 꾸며진다.

국내외 레스토랑과 협업… 계속 바뀌는 레스토랑

벨 에포크 시대, '파리의 밤'이 이랬을까
레스케이프는 식음료(F&B) 매장을 전문 레스토랑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파미에스테이션 등 신세계그룹의 주요 F&B매장을 기획한 김범수 총지배인이 심혈을 기울여 설계했다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

6층에 마련된 메인 중식당 ‘팔레드 신’은 홍콩의 모던 차이니즈 레스토랑 ‘모트 32’와 손을 잡고 만든 곳이다. 표준화된 중식 메뉴 대신, 다양한 광둥식 요리를 강화했다. 딤섬과 베이징덕이 시그니처 메뉴다. 딤섬은 1만3000원부터, 베이징 덕(4~5인분)은 12만원가량이다. 다른 5성급 호텔에 비해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호텔 측은 “F&B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편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최상층 26층의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는 ‘늘 변화하는 레스토랑’을 콘셉트로 한다. 정기적으로 세계적인 레스토랑들을 발굴해 협업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첫 번째 파트너는 뉴욕의 ‘더 모던’이다. 같은 층에 있는 ‘마크 다모르’란 이름의 바도 있다. 최고의 바텐더를 뽑는 월드클래스 대회에 출전해 수상한 바 있는 바텐더 알렉스 크라테나, 시모네 카포랄레레가 만드는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

체크인 라운지가 있는 7층에서는 프리미엄 커피와 디저트, 차 등 간단한 다과가 나온다. 티를 마실 수 있는 ‘르 살롱’은 서울 방배동의 인기 디저트 숍인 ‘메종 엠오’와 협업했다. 티와 마들렌 등을 판매한다. 서울 보광동 유명 커피숍 ‘헬카페’도 레스케이프 7층에서 매장을 운영한다. 융드립에 거른 핸드드립 커피와 정통 이탈리아식 카푸치노를 만나볼 수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