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불법으로 등기이사에 올린 진에어의 처리 방향을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국토부는 과거 2010~2016년 진에어가 조 전 전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해 항공법령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제재하기 위한 검토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29일 브리핑에서 "진에어의 처리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 등 추가 절차를 더 진행하고 나서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출입기자들에게 이날 진에어에 대한 처분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하며 보도유예(엠바고)를 걸었으나 이날 김 차관의 발표 내용에는 추가 검토 외에 뚜렷한 결론은 없다.

항공법령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이 국적 항공사의 임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면허를 취소하게 돼 있다.

가뜩이나 '물컵 갑질'로 국민의 질타를 받는 조씨가 외국인 신분이면서 과거 6년 동안이나 버젓이 진에어 등기 임원을 지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공분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조씨뿐만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상상을 벗어나는 폭언과 폭행에 탈세와 밀수 등 각종 불법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국토부의 처분을 기다리는 국민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지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법 취지대로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 왔다.

항공사의 외국인 임원 불법 등기에 대한 처분은 면허취소냐 아니냐의 간단한 사안이다.

한때 과징금 처분으로 갈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지금으로선 과징금은 검토 대상이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

국토부는 세 곳의 로펌에 법률 자문을 의뢰했는데, 두 곳은 면허취소가 가능하다고 답했고 한 곳은 면허취소에 법률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법률 검토에서는 면허취소 쪽으로 무게가 실린 모양새다.

그러나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하면 1천900명에 달하는 진에어 임직원들이 직장을 잃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서도 진에어의 면허취소로 인해 직원들의 고용 불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최근 대한항공 노동조합도 집회를 열어 진에어 면허 취소로 직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재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고용 문제가 국가적 중대 어젠다로 등장한 상황에서 대량 실직이 발생할 수 있는 진에어 면허취소는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이미 조씨가 2016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나 현재로선 불법 문제가 해소된 상태도 고려해야 한다.

법률 자문에서 법 소급 적용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일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4월 16일 조씨의 물컵 갑질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마자 진에어 불법 이사등재 문제가 불거졌고 그 즉시 국토부가 검토에 들어갔지만 이후 두 달하고도 보름이나 흘렀음에도 결론이 나지 않는 이유다.

이런 부담감 때문에 국토부가 면허취소 쪽으로 내부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진에어 인력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도가 나왔을 때 이를 공개하고 관련 절차를 밟을 공산이 크다.

대신 국토부는 당시 공무원에 대해서는 수사의뢰 조치했다.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검토가 알려지자 '이를 수수방관한 국토부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항공업계의 갑질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현행법상 항공사의 등기임원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으로 규정돼 있으나 이를 형법이나 공정거래법, 조세법처벌법 등을 위반한 경우도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이는 다분히 최근 이들 법을 골고루 위반한 혐의를 받는 한진일가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갑질을 하는 항공사에 대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로 한 대목도 주목된다.

그러나 2014년 땅콩회항 이후에도 정부는 대대적으로 항공사 갑질 근절 대책을 내놓았으나 이번 물컵 갑질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국토부는 땅콩회항 이후 대한항공에 권고한 개선과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은근슬쩍 완료된 것으로 과제 관리를 했다가 뒤늦게 지적을 받고 담당자 징계에 들어가 빈축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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