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표류 중인 서울 상암동 롯데몰 조감도.
5년째 표류 중인 서울 상암동 롯데몰 조감도.
서울시가 첫 삽도 떠보지 못하고 5년째 표류 중인 상암동 롯데몰 개발 계획을 부결시켰다. 인근 망원시장 상인들이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강하게 반발한 영향이 크다. 서울시는 롯데의 기존 계획안을 폐기하고, 쇼핑시설 축소를 반영한 새로운 개발 계획 안건을 올 하반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서부지역발전연합회 등 인근 지역 주민 단체들은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5000여 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다양한 편의시설과 문화시설을 즐길 수 있는데 서울시가 목소리 큰 일부 소상공인들 논리에만 휘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수정 개발 계획안 하반기 재논의

롯데몰 5년째 승인 안 해준 서울시… "일자리 5000개 날아갈 판"
서울시는 지난 27일 제9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상암 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 계획 구역 내 특별계획구역’(I3, I4, I5) 세 개 필지에 대한 세부 개발 계획 결정안을 부결했다고 28일 발표했다. “해당 부지를 개별적으로 개발하기보다는 인근의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개발하는 계획이 더 바람직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DMC역과 통합 개발하려면 기존 개발안을 폐지하고 새로운 수정안을 다시 상정해야 한다.

해당 상암동 부지(총 면적 2만644㎡)는 롯데쇼핑이 2013년 서울시로부터 1972억원에 매입한 것이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이 어우러진 서울 서북권 최대 쇼핑단지로 만드는 게 롯데의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형 쇼핑시설이 들어설 때마다 논란이 된 ‘골목상권 보호’가 롯데 발목을 잡았다. 망원시장 등 인근 상인들이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망원시장상인회 등은 “쇼핑몰 입점을 전제로 한 상생 협의는 반대한다”며 롯데 측과 협상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몰 건립에 찬성하는 서부지역발전연합회 등 지역 주민들과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롯데에 부지를 판 서울시의 무책임한 행정도 도마에 올랐다. 2015년 7월과 12월 두 차례 심의하고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롯데는 ‘승인’이든 ‘부결’이든 좋으니 얼른 결정을 내려 달라고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서울시를 상대로 ‘쇼핑몰 건립 심의를 재개해 달라’며 행정소송까지 냈다. 서울시는 그제야 지난달 위원회에 개발 계획 원안을 안건으로 올렸지만 또 ‘보류’ 처분을 내렸다. ‘6·13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정이란 분석이 많았다. 결국 지난 27일 네 번째 심의에서 기존 개발 계획안은 폐지하고 수정된 계획안을 가져오라고 결정했다.

◆롯데 사업 계획 수정 변경

5년째 표류 중인 서울 상암동 롯데몰 조감도.
5년째 표류 중인 서울 상암동 롯데몰 조감도.
롯데의 수정안은 세 개 필지 중 가장 넓은 I5구역(8162.8㎡)을 ‘비판매 시설’로 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수익형 오피스텔, 롯데시네마, 문화센터 등 상인 생계와 무관한 시설만 넣기로 했다. 나머지 두 개 필지인 I3구역(6162.3㎡)과 I4구역(6319㎡)을 하나로 묶어 한 건물로 짓고, 이곳에 백화점과 쇼핑몰을 넣기로 했다. 또 DMC역과 롯데몰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아 사람들이 오가기 편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비판매 시설을 한곳으로 몰아 넣으면 쇼핑몰의 집객효과가 떨어져 사업성도 낮아진다”며 “상인들을 감안해 최대한 후퇴한 것인 만큼 수정안은 반드시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인근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 논의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롯데에는 두 개 필지를 통합 개발한 데 따른 교통 처리 계획,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공기여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롯데가 새로운 개발 계획을 제안할 때는 이번에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부결된 사유를 보완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위원회에서 요구한 조건을 이른 시일 내에 충족한다면 위원회 안건 상정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최진석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