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디폴트 늘고 유동성 위축
주가·위안화 가치 동반 급락

"2015년처럼 증시 대폭락 조짐
트럼프의 관세 협박보다 더 위험"
중국을 대표하는 국책 연구기관이 중국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 주목된다. 미·중 통상전쟁 와중에 기업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늘어나고 주가와 위안화 가치가 동반 급락해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中 국가 싱크탱크, 금융시장 '패닉' 경고… "모든 수단 동원하라"

2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국가급 싱크탱크로 지정한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은 전날 이 같은 경고를 담은 내부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NIFD는 내부 논의가 외부에 알려지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삭제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보고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NIFD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제품에 ‘관세폭탄’을 퍼붓는 통상전쟁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상하이증시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5년과 같은 대폭락 장세가 재연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추가로 2000억달러어치의 상품에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자 그날 상하이종합지수는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3000선 아래로 밀렸다. 27일엔 2813.18까지 하락하며 공식적으로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 시장에선 주가 하락폭이 고점 대비 20% 이상이면 베어마켓으로 판단하는데 상하이지수는 올해 최고점인 1월29일의 3587.03 대비 21.6% 폭락했다.

하락장이 지속되면서 주식담보대출로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고 보유 종목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더 큰 주가 하락을 부를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올 들어 중국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낸 빚은 6조위안(약 1016조원)에 육박한다. 2015년 상하이증시가 폭락했을 때의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증시가 베어마켓에 진입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보다 더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세가 지속되는 것도 금융시장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60% 올린 6.5960위안으로 고시했다. 기준환율을 올렸다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절하됐다는 의미다.

위안화 가치는 불과 이틀 사이 1.5%가량 떨어지며 달러화에 대해 6개월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가뜩이나 빠듯한 유동성 흐름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2015~2016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중국에선 대규모 자본유출 사태가 빚어졌다.

주요 투자은행도 위안화 가치 하락에 강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존 하디 삭소은행 외환전략가는 “최근 위안화 가치 급락은 앞서 강한 상승에 따른 조정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적 위험에 대한 경고 신호라는 측면에서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NIFD는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 위기를 사전에 막기 위해 인민은행과 함께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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