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6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쉐보레 이쿼녹스. (사진=한국GM)
한국GM이 6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쉐보레 이쿼녹스. (사진=한국GM)
한국GM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를 출시하고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차 효과를 앞세워 웃음을 찾아야 할 시기인데 상황은 그렇지 않다. 올해 확보할 수 있는 이쿼녹스 물량이 많지 않아서다.

이쿼녹스는 제너럴모터스(GM) 북미 공장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어온다. 지난해 미 시장에서 30만대 가까이 팔릴 정도로 북미 지역에선 인기를 끌고 있다. 올 들어선 5월까지 13만대 이상 팔렸다. 현지 수요가 많으면 수입산 자동차의 특성상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고객 주문이 몰려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면 판매량을 늘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출시 초반 이쿼녹스 출고량은 월 1000대를 밑돌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선 싼타페나 쏘렌토와 비교하면서 판매량이 적다는 이유로 실패작으로 규정할 수 있는 문제다. 자칫 쉐보레 브랜드 회복 시기를 늦추는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있다.

이뿐 아니라 이쿼녹스가 관심을 받아야 할 시기에 소비자들은 새로운 SUV 블레이저에 호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쿼녹스 구매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GM이 내년초 미 시장에 출시할 예정인 블레이저 사진이 공개되면서 온라인에선 이쿼녹스보다 블레이저 주목도가 높아졌다.

[김정훈의 카톡까톡] 이쿼녹스 두고 고민 깊어진 한국GM
블레이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이쿼녹스 판매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레이저에 대한 시장의 호감은 쉐보레 브랜드 가치가 하락한 시점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GM은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받은 만큼 단기간 성과를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쉐보레 영업망이 무너진 상태에서 내수 시장을 살릴 만한 신제품이 필요했다.

한국GM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부평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인 신형 SUV가 나오기 전까진 시장 트렌드에 맞고 기대감을 높여줄 신차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경차 스파크와 중형 세단 말리부 영업력을 회복시키려면 이쿼녹스의 어시스트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쿼녹스는 물론 판매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대형 SUV 트래버스가 보조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게 회사측 바람이다.

이쿼녹스는 수입차여서 사실 월 1000대씩만 팔려도 제 역할은 했다고 볼 수 있다. 쉐보레 호감도를 높여주는 차원에서 잘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수입산이라 국내 공장 가동률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한국GM은 적자 폭을 줄여나가는 게 당면 과제다. 결국 조속히 흑자를 내려면 부평·창원공장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 경차 스파크와 중형 세단 말리부 등 주력 모델이 경영정상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