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전자 상무의 본격적인 그룹 경영 등판이 다가오면서 '구광모호(號)'의 항해 이동로를 예측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LG는 오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구 상무가 그룹 경영권을 정식으로 물려받고 '4세 경영'에 돌입하면, 어떤 직급에서 어떤 인물들과 어떤 사업에 방점을 찍으며 재계 순위 4위의 LG그룹을 이끌어갈지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구광모號' 출항 D-2… 4세 경영 돌입하는 LG그룹
◇ '4세 경영' 펼칠 구광모, 출발선은 어디
27일 재계에 따르면 우선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구 상무가 어떤 직급에서 4세 경영을 시작할 지다.

업계에서는 사장·부회장 승진부터 회장 고속승진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각각의 시나리오엔 나름의 근거가 따라붙는다.

1978년생으로 총수로는 비교적 '젊은 나이'라는 점과 2006년 입사라는 연차를 감안해 승진 속도를 조절한다면, 사장 직급이 주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있다.

하지만 구 상무가 향후 LG그룹 계열사 부회장 6인을 이끌고 4세 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최소한 부회장 직급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여기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효성 조현준 회장 등 현재 주요 대기업그룹의 차세대 경영인들의 직급도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회장 수직 승진으로, 향후 승진 때마다 그룹 안팎에서 제기될 수 있는 진통의 여지를 없앨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구 상무의 직급은 오는 29일 임시 주주총회 이후 열릴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인데, 아직 해당 이사회 날짜가 공개되지는 않은 상태다.

◇ 구광모 도울 '조력자'는 누구
LG그룹 안팎에서는 구 상무가 본격적으로 4세 경영 가도에 오르면 하현회 ㈜LG 부회장의 역할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하 부회장은 올해 LG그룹의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주재하며 주요 계열사의 경영상황을 꼼꼼히 훑은 만큼, 구 상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안착을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조성진)·LG유플러스(권영수)·LG화학(박진수)·LG디스플레이(한상범)·LG생활건강(차석용) 등 나머지 그룹 계열사 부회장들의 조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별세에도 시장 및 재계에서 '수장 공백'에 대한 리스크 우려가 비교적 크지 않았던 건, 이들 전문경영인 체계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구본준 부회장의 경우 구본무 회장 별세 직후까지만 해도 구 부회장이 한동안 그룹경영을 맡다가 구 상무가 일정 나이가 되면 경영권을 물려준다는 이른바 '징검다리 승계론'까지 거론될 만큼 그 역할에 관심이 쏠렸었다.

그러나 현재는 구 부회장이 계열사를 분리해 독립 경영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구광모의 조력자' 역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號' 출항 D-2… 4세 경영 돌입하는 LG그룹
◇ "그룹 안정화가 우선"…미래먹거리 발굴은 '과제'
구 상무로의 승계 작업과 관련, 그룹 내 일선 직원들 사이에선 무엇보다 인사 시점과 범위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읽힌다.

LG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교적 갑작스럽게 이뤄진 승계이기 때문에 그룹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졌다"며 "이를 고려할 때 최소 연말까지는 현 체제가 유지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룹 안팎에서는 구 상무의 최대 과제로 '미래먹거리'를 꼽는다.

전자·화학 등 LG그룹의 주요 사업들이 성장 정체기에 진입한 가운데 새로운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조언이나,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에 쏠린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재계에서는 LG전자의 투자 행보와 최근 ㈜LG의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조합하며 LG그룹의 미래 주력사업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많다.

LG전자는 올해 들어서만 ▲ 교육용 로봇 분야 전문업체 '로보티즈' 지분(10.12%) 취득 ▲ AI 스타트업 '아크릴' 유상증자 참여 ▲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업체인 로보스타 지분 투자 ▲ 미국 로봇개발업체인 '보사노바 로보틱스' 300만달러 투자 ▲ 오스트리아 자동차용 헤드라이트 및 조명업체 ZKW 인수 등을 발표해왔다.

여기에 더해 오는 29일 임시 주총에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AI 사업을 키우기 위해 네이버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의 경험이 있는 인물을 영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