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올 들어 미국 내 철강값이 40%가량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터키 러시아 등 해외 철강 업체들은 판매가 상승 덕에 높은 관세(25%)를 물면서도 수출을 계속 늘리고 있다. 반면 철강 수출 쿼터(할당량)에 합의한 한국은 시장 수요와 무관하게 수출물량 확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단독] 뛰는 美 철강값… 특수 못누리는 韓 기업
26일(현지시간) 영국 시장조사업체인 CRU그룹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미국의 열연코일 가격은 메트릭 t당 1002달러로 1주일 전의 985달러보다 17달러 더 올랐다. 이는 작년 11월 수입 철강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 방침이 나오기 전에 비해 50%가량, 올 1월 초에 비해선 40%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열연코일값은 지난 3월8일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한 뒤 메트릭 t당 800달러를 넘었다. 지난 6월1일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도 관세가 부과되자 900달러 후반으로 치솟았다. 아시아와 유럽시장(600달러 초반)보다 40%가량 높은 가격이다.

값이 크게 올랐는데도 미국 내 철강 수요는 견조하다. 자동차 판매량이 꾸준한 데다 주택 건축도 활발해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계획도 철강 수요에 대한 기대를 떠받치고 있다. 이 때문에 EU와 터키, 러시아 등의 철강 업체들은 25%의 고율 관세를 물면서도 수출을 늘리고 있다. 미국 철강업계 관계자는 “해외 철강 업체들이 관세를 부담해도 작년보다 10% 이상 값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철강값 폭등을 바라보는 한국 철강업계의 시각은 복잡하다. 미국 수출가격 상승으로 마진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쿼터 합의로 수출 물량을 늘리기 어려워서다. 한국은 추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량을 2015∼2017년 3년 평균의 70%로 제한하기로 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7일 철강 쿼터가 설정된 이후 쿼터 대상 품목의 미국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쿼터 시행 전후인 올해 4∼5월 쿼터 적용 품목의 대미 수출은 34.1% 감소했다. 반면 쿼터 대상이 아닌 품목 수출은 46.1% 증가했다. 한국의 쿼터 적용 품목은 2017년 대미 철강 수출액의 73.6%를 차지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김보형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