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회사의 존폐를 가름하는 사태로 번지면서 애꿎은 진에어 임직원들에게 ‘불똥’이 튈 우려가 있어서다. 진에어 임직원은 1900여 명, 협력사 근로자는 1만여 명에 달한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조씨를 불법으로 등기이사에 올린 진에어의 징계방안을 이번주 발표할 예정이다. 조씨 사태 이후 조씨 일가의 갑질 제보가 쏟아졌고 미국 국적자인 그가 2010~2016년 진에어 등기이사를 지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토부는 진에어의 책임을 묻기 위해 법률 검토를 해왔다. 항공사업법 등 관련 법령은 국내·국제항공운송사업자의 등기임원에서 외국인을 배제하고 있다. 조씨는 하와이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국토부, 진에어 항공면허 취소 검토, 1만여명 협력사 임직원 생계 걸린 일인데…
진에어의 처분 방안으로는 과징금 부과와 면허 취소가 거론되지만 과징금을 물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과징금(최대 100억원)은 통상 항공사가 안전·보안 의무를 위반했을 때 해당 노선의 운항을 일정 기간 중지하는 대신 내리는 벌칙이어서다.

국토부가 여러 법률 회사에서 받은 자문 내용 중에는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주와 임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면허 취소를 1~2년 유예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무근”이라며 “면허를 취소한 뒤 항공기와 근로자를 다른 사업자에 넘기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진에어 임직원들은 ‘실직 공포’에 휩싸였다. 다른 업체에 매각되더라도 상당수 직원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진에어 임직원 중 80%가량이 20~30대다. 1만여 명의 협력사 직원들의 생계도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진에어가 대한항공과 정비 등 여러 업무를 협업하고 있어 다른 사업자에 매각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항공사 고위 관계자는 “국토부가 6년 동안 아무런 제재도 안 하다가 갑질 파문이 커지자 면허 취소까지 거론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진에어를 비롯한 한진그룹은 정부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28일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수백억원의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박상용/서기열/이수빈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