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가도 고점 대비 20% 하락
터키 이어 중국도… 신흥국 증시 속속 '약세장' 진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의 후폭풍이 중국 등 신흥국 증시에 '약세장'(베어마켓)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신흥국 위기 후보로 거론됐던 터키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 증시마저 전 고점 대비 20% 하락하는 '베어마켓'에 진입하면서 증시 전문가들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상하이종합지수는 26일 전날보다 0.52% 하락한 2,844.51로 장을 마쳤다.

이로써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월 29일 찍은 고점인 3,587.03 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27일 들어서도 상하이종합지수는 오전 9시 40분(현지시각) 현재 2,850.03으로 전날 종가보다 0.19% 오르는 데 그쳐, 본격적인 반등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주가의 고점 대비 하락률이 20%를 넘어서면 본격적인 약세장인 '베어마켓'에 진입하는 단계로 본다.

상하이종합지수가 2년 전인 2016년 여름 수준으로 밀려나면서 지난 1월 이후 상하이 증시에서만 1조6천억 달러(약 1천79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추산된다.

상하이종합지수 급락 사태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는 갈등 수준을 넘어 전면적인 무역·경제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 고위급 무역 대화가 사실상 실패하고 양국이 상호 50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물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양국 간 다툼이 '말싸움'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등 미국이 초강경 카드를 계속 꺼내 들면서 중국 투자가들에게 공포감이 급격히 확산했다.

이런 대외 요인을 제외해도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 역시 중국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간 경제 성장률을 6%대로 줄이는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시대를 맞은 중국은 작년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는 6.9%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수출, 투자 등 대부분의 실물 경제 지표가 작년에 미치지 못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너선 가드너 모건스탠리 아시아·신흥시장 전략 수석은 블룸버그에 "이는 위험한 시장"이라며 "우리는 지금 우리가 완벽한 베어 마켓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중국 자본 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이 다른 대외 충격에 취약한 신흥국으로 전염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중국에 앞서 터키와 파키스탄이 이미 고점 대비 주가가 20% 하락하는 '베어 마켓'에 진입한 가운데 동유럽의 헝가리와 폴란드도 고점 대비 주가가 나란히 15% 이상 하락해 '베어 마켓'에 근접하고 있다.

MSCI 신흥시장지수는 26일 1,067.75로 작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부터 세계증시에서 부분적으로 약세장 조짐이 나타났을 때, 일부 전문가들은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높은 시장의 조정이 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신흥국 시장 평균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곳에서 주가 하락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