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할인점의 장점을 흡수해 매장을 리모델링한 홈플러스 대구점. /홈플러스 제공
창고형 할인점의 장점을 흡수해 매장을 리모델링한 홈플러스 대구점. /홈플러스 제공
성장 둔화에 직면한 국내 대형마트가 생존을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창고형 할인점 등 다른 업태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매장을 선보이거나 아예 대형마트 틀을 벗어던지고 자체상표(PB) 전문점 등을 시도 중이다.

대형마트 국내 2위 업체인 홈플러스는 1997년 문을 연 홈플러스 1호점 대구점을 리모델링해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으로 개장한다고 26일 밝혔다. 이 매장은 오프라인 점포에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창고형 할인점,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등의 장점을 대형마트와 결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홈플러스 스페셜 연내 20곳으로

홈플러스 스페셜은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해 상품 수를 줄이고 가격을 확 내린다. 기존 점포 대비 절반인 약 2만 개 상품만 판매한다. 이렇게 줄였어도 상품 수가 3000~5000개인 코스트코에 비해 4~5배 많다. 코스트코와 달리 낱개 상품도 판매한다. 대신 대용량 포장에 비해 값은 다소 비싸다. 같은 상품도 대용량과 낱개를 고를 수 있게 했다. 조금씩 자주 구매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를 반영했다. “대용량 기준으로는 코스트코와 가격이 비슷하다”고 홈플러스 관계자는 설명했다.

상품 진열, 점포 관리 등은 알디와 리들 등 유럽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많이 참조했다. 예컨대 매대 상품진열 작업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스째로 쌓아 놓는다. 진열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절감된 비용은 가격을 낮추는 데 쓰인다. 홈플러스는 대구점을 시작으로 28일 서부산점, 다음달 12일 서울 목동점 등으로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국 142개 매장의 14%인 20곳을 이 같은 형태로 바꾸기로 했다.
홈플러스 '하이브리드 매장' 변신 나섰다
대형마트 줄이고 전문점 늘려

매장 혁신은 다른 대형마트도 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대표적이다. 작년부터 문을 연 서울 양평점, 서초점 등은 1층 판매장을 들어내고 실내공원인 어반 포레스트를 넣는 실험을 하고 있다. 고객 유인책이다. 마트에서 밥 먹고, 차 마시고, 모임도 하면 자연스럽게 쇼핑도 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마트는 아예 대형마트 확장 전략을 접고 전문점을 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전 판매점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PB 전문점 등의 전문점을 최근 2~3년 새 공격적으로 열고 있다. 연내 삐에로쇼핑, 피코크 전문점 등 새 전문점도 선보일 예정이다.

매출 5년 연속 역성장

대형마트가 이처럼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은 실적 하락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매출은 2013년 이후 작년까지 5년 연속 역성장했다. 국내 유통산업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16년 말 23.5%에서 지난 4월 20.5%까지 떨어졌다. 이 추세라면 연내 20% 미만으로 떨어질 게 확실시된다. 국내 대형마트의 점포당 평균 매출은 작년 4월 52억3000만원에서 올 4월 49억8000만원으로 1년 만에 4.7% 감소했다.

올 들어서도 매출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는 4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5% 감소했고, 5월에는 3.8% 줄었다. 롯데마트도 이 기간 월평균 약 1.2%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가 강점을 가진 신선식품 매출이 많이 감소해 타격이 더 컸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매출 감소분은 온라인, 편의점 등이 흡수한 것으로 업계에선 본다. 특히 온라인은 2016년 말 33.4%에 불과하던 매출 비중이 올 4월 38.3%까지 급상승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온라인 쇼핑이 빠르게 확장하면서 가격, 편의성 면에서 뒤처지는 대형마트는 스스로 왜 존재해야 하는지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