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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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선풍기 등 계절가전이 '철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사계절 가전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기후변화에 공기청정, 난방 기능을 추가하면서 이같은 경향은 굳어지고 있다.

26일 전자업계 관계자는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계절가전들이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며 "부피가 크고 가격이 비싼 냉방 가전을 중심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에어컨이 가장 대표적이다. 에어컨은 냉방기기에서 벗어나 공기청정, 제습, 가습, 난방 기능을 적극 탑재하면서 복합가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삼성·LG전자가 가장 적극적이다. 양사의 2018년형 에어컨은 표면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능을 뜯어보면 공기청정 및 제습 성능이 가장 크게 향상됐다. 삼성디지털프라자와 LG베스트샵 직원들이 강조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대유위니아, 캐리어에어컨 등 중견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여름철을 제외하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에어컨의 차별화 포인트는 공기청정과 제습 등"이라고 마케팅하고 있다. 에어컨에 대한 인식이 냉방기기에서 쾌적한 상태로 유지해주는 기기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에어컨보다 부피는 작지만 가동시간이 긴 제습기와 가습기, 선풍기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본 기능에 공기청정, 공기순환을 더해 사계절 가전으로 변모하고 있다. 공기를 흡입하고 내보내는 제습기는 공기청정기로 진화하고 있으며, 바람을 내보내는데 특화된 가습기와 선풍기는 난방이나 공기 순환 기능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의 기후변화가 이같은 움직임을 부추겼다. 여름이 길어지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업체들은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정체기에 접어든 시장 상황도 한 몫했다. 에어컨 판매량은 2016년 220만대에서 지난해 280만대로 증가했다. 그러나 기록적인 폭염으로 반짝 성장했을 뿐 사실상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올해 에어컨 판매량은 300만대를 가까스로 넘길 전망이다.

반면 미세먼지로 인한 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관련 제품들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공기청정기는 연평균 20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제습기와 가습기, 선풍기 판매량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후 및 대기질 환경이 변화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패턴도 달라지고 있다"며 "수 년내 계절가전, 필수가전이란 말이 사라질 수 있다. 업계를 중심으로 복합가전, 맞춤가전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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