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서 모빌리티로' 30년 청사진… 스스로 미래 만들어가는 폭스바겐
독일 볼프스부르크 인근에 자리한 에라 주행 시험장(사진)은 폭스바겐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최장 8.7㎞에 달하는 직선로는 최고 시속 400㎞ 이상을 뽑아낼 수 있는데 폭스바겐그룹 산하 부가티 등이 이곳에서 최고 시속을 수시로 갈아치운다.

'자동차서 모빌리티로' 30년 청사진… 스스로 미래 만들어가는 폭스바겐
최근 폭스바겐그룹이 스스로 ‘미래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며 시험장을 공개했다. 내연기관을 뒤로한 채 향후 30년의 미래를 제시하며 지속 가능성을 내보였다. 그리고 더 이상 ‘자동차’가 아닌 ‘모빌리티’의 세계로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자동차를 제조하는 것 외에 ‘이동’에 초점을 맞춘 미래전략이다.

미래의 형태를 결정하겠다는 슬로건은 크게 효율과 활용, 웰빙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동차는 등장 이후 끊임없이 개선돼왔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효율 향상은 곧 ‘비용’이나 다름없어서다. 그래서 이들은 모빌리티의 라이프사이클을 주목한다. 단순히 이동 수단뿐 아니라 사용자의 패턴도 읽어 맞춤형 관리를 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전동화 단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 운전자 사용 패턴을 포함해 다양한 변수에 따라 수명이 결정되는 만큼 각각의 요인을 파악해 조합을 최적화하는 연구다.

자율주행을 활용한 물류혁신 프로젝트도 시선을 끌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로 물건을 이동시키는 것으로, 2019년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 옛 시가지에서 시범 프로젝트인 ‘라스트 마일’ 서비스로 운영된다. 교통량이 가장 적은 야간에 시속 6㎞로 이동하는 자율주행 소형 물류 이동 수단을 투입하는 프로젝트다. 자동차로 붐비는 주간 교통량의 일부를 야간으로 옮기는 일종의 스마트 교통이다.

소비자와 제품 간 디지털 소통을 위한 정보기술(IT) 접목도 당연하다. 그중 하나인 소리를 통한 자동차 외부의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디지털 사운드 시스템을 활용해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가 구분된다. 외부 보행자 또는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배려다.

이처럼 미래 이동 사회는 지금과 차원이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운전을 의미하는 드라이빙이 아니라 그저 이용하는 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따라서 일부 예언가는 앞으로 자동차 소유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동 수단이 공유되는 것은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개념이어서 철저히 비용 측면의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하는 인간의 소유욕이 미래에도 남는다는 뜻이다.

그 사이 자동차회사들의 미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과거 자동차는 이동과 즐거움을 주는 도구였지만 이제는 ‘탈것’의 일부 개념일 뿐이다.

그리고 탈것은 점차 이동의 ‘시간을 줄여주는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이 미래를 준비할 때 형태를 만든다는 ‘셰이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배경이다.

권용주 <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