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퇴직연금 및 자산관리(WM)시장 선점을 위한 로보어드바이저(로봇+상담) 고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비(非)대면 채널 확대로 모바일뱅킹을 통한 자산관리 수요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퇴직연금·WM시장 잡아라"… 시중은행 로보어드바이저 전쟁
신한은행은 모바일 자산관리서비스 ‘엠폴리오’를 전면 개편해 오는 12월 초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2016년 11월 업계 최초로 출시한 엠폴리오에는 투자자문사 디셈버앤컴퍼니와 개발한 알고리즘이 장착돼 운용 중이다. 엠폴리오 운용자산은 약 3300억원 규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또 다른 업체를 선정해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지역, 성향, 자산, 거래 패턴 등까지 반영해 보다 정교한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작년 5월 ‘우리 로보알파’를 내놨던 우리은행도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고도화 작업에 한창이다. 기존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개발했던 파운트와 함께 전문가들의 정성적 분석까지 반영한 ‘하이브리드형 로보어드바이저’를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 로보어드바이저들은 일괄적으로 4~5가지 투자유형으로만 구분해 5~6개 펀드를 추천하는 정도”라며 “향후 특정 섹터, 투자지역 등까지 세분화해 다양한 펀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작년 7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와 알고리즘을 개발해 ‘하이로보’를 선보였다. 지난 2월 개인연금, 지난 4월 퇴직연금으로 서비스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서 하이로보 운용자산은 5650억원(22일 기준)에 이른다. 국민은행은 후발주자로 지난 3월 KB자산운용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케이봇쌤’을 선보였다. 기업은행도 오는 8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와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아이원 로보’를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이 로보어드바이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기 고수익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관리에 적합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현재 은행 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약 1조원이지만 2025년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