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만에 지점 250개 돈 기업은행장 김도진의 '현장 속으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오전이 되면 그 주에 가야 할 지역과 지점이 어딘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은행장이 있다. 특별한 일이 있다기보다는 일선 점포 직원들을 만나기 위한 목적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사진)의 ‘현장 리더십’이 은행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 행장은 2017년 1월2일 인천 검단산업단지 지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56개 지점을 방문했다. 이를 통해 그를 접한 기업은행 직원은 5558명에 달한다.

김 행장은 이 같은 지점 방문 프로젝트의 이름을 ‘현장 속으로’로 지었다. 2016년 12월 취임 직후 행장으로서 직원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한 결과다. 김 행장은 취임 초부터 “현장 속으로 프로젝트를 통해 임기 내 600여 개 기업은행 지점을 모두 방문하겠다”고 공표했다. 이후 임기 절반이 흐른 지금까지 약 42%를 방문했다. 인근 지점은 한꺼번에 돌기도 했지만 평균 이틀에 한 곳꼴로 방문한 셈이다. 차를 타고 다섯 시간 정도 가야 하는 경남이나 전남 지역까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업은행 임직원들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김 행장이 임기 초 내놓은 공약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장 본연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만도 빠듯한 상황에서 김 행장이 굳이 시간을 쪼개 현장 속으로 프로젝트에 일정을 할애하는 것은 이 프로젝트의 중요성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아서다. 김 행장은 “30여 년간 은행 생활을 통해 평생 은행에서 일하면서도 행장 얼굴 한 번 못 보고 퇴직하는 직원이 상당히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잠깐이라도 직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번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행장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방문은 2016년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지역에 있는 지점을 찾았을 때다. 김 행장은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는 직원들을 하나하나 달래주고 격려했다”며 “서울에서 그냥 안부 전화만 한 통 했더라면 직원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은 “특별한 일정이 있는 주가 아니면 한 주에 1~3곳을 방문한다”며 “가능하다면 임기 내에 모든 지점을 방문한 행장으로 남는 것이 작은 목표”라고 말했다. 김 행장의 현장 속으로가 지점만 찾는 건 아니다. 지점장과 함께 그 지역 주요 고객의 사업장을 방문해 인사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지난 15일에는 40년 이상 거래해 온 서울 동대문 동화반점을 찾아 진장원 사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동화반점 대표 메뉴는 ‘공룡알’이라고 하는 팔보환자입니다”라며 가게 홍보도 잊지 않았다. 기업은행 직원은 “행장의 현장 경영은 은행 직원은 물론 거래업체 사장들까지 ‘충성 고객’으로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은 실적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1분기 51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4394억원)보다 16.7% 늘어난 규모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