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무역 전면전을 피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중 정부가 다음달 6일부터 각각 500억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그 여파가 무역 위축을 넘어 금융 불안과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기존의 정면 대응 방침에서 한발짝 물러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통상 갈등이 격화한 지난주 상하이증시는 전주보다 4.37% 떨어졌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년9개월 만에 3000선이 무너졌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중국의 외환보유액도 두 달 연속 감소했다.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조1106억달러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3조달러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관세 부과 전쟁이 다음달 본격화하면 외국 기업 자금 이탈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물경기도 급격히 둔화하는 추세다. 지난달 실물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생산·소비·투자 지표는 전달에 비해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정부는 확전을 피하고 사안별로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가 갈수록 강경해지는 추세여서 쉽게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 드라이브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선거 전략의 하나일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그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강경 보호무역 조치가 끊임없이 발표되는 가운데 중간중간 협상을 벌이는 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양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발효되기 전까지 앞으로 10여 일 동안 물밑 접촉을 통해 타협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차관은 최근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암참차이나) 대표들과 만나 중국은 협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SCMP는 통상 갈등이 불거진 뒤 중국 고위층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최대 이익단체인 암참차이나 대표들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과 최종 담판에 나설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관리들이 중국 측과 접촉해 2주 안에 고위급 협상을 추진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건은 미국이 가장 크게 문제삼고 있는 첨단 기술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양보할 수 있느냐다. 중국은 이 정책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산업보조금 지급 규모를 줄이는 등 계획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