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최정우?…포스코 신사업 추진 적임자
비(非)엔지니어 출신으로 ‘재무통(通)’인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61·사진)이 재계 6위(자산 규모 기준)의 포스코의 새 수장에 오른 것은 철강 이외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 시급하다는 포스코 이사회의 판단 때문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사임 발표 직전인 지난 3월 31일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태를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철강만으로는 더는 성장을 할 수 없다”며 “성장 없이는 기업이 망한다는 생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8년 3대 핵심사업(철강·인프라·신성장사업)의 수익 비중을 4대4대2로 만들고 매출 500조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최 사장은 권 회장과 함께 구조조정 등을 추진했던 만큼 권 회장의 신사업 추진 의지를 가장 잘 이해하는 경영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비롯한 공대 출신 엔지니어들이 독점해온 포스코 회장 자리에 최 사장이 내정된 배경이다.

◆2차 전지 등 신사업 추진 적임자

최 사장은 권 회장이 가장 공을 들였던 2차 전지 등 소재 사업의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켐텍 사장을 맡고 있다. 포스코켐텍은 2차 전지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생산한다. 포스코켐텍은 남북한 경협을 통한 광물 확보도 추진 중이다. 음극재의 원료인 흑연을 북한에서 들여오겠다는 전략이다. 북한의 흑연 매장량은 200만t가량으로 추정된다. 흑연 최대 산지인 중국의 환경규제로 가격 변동과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포스코는 2차 전지 소재 왕국을 목표로 양극재의 원료인 리튬 염호(鹽湖) 인수를 추진하고 포스코켐텍 등 관련 계열사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글로벌 2차전지 소재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상사·건설 등 계열사 경험 풍부해

최 사장은 종합상사인 포스코대우와 건설회사인 포스코건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는 계열사 경험도 풍부하다. 철강 사업의 한계를 돌파해야 하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종합상사인 포스코대우는 자원개발과 자동차부품, 민자발전사업을 아우르는 종합사업회사로 변신 중이다. 포스코건설도 단순 주택 및 건축 시공을 탈피해 해외 민자개발 사업 등 금융과 시공을 결합한 사업 구조로의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역대 포스코 회장 대부분이 포스코 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것과 달리 최 사장은 포스코대우와 포스코건설 등에서 일해본 만큼 다양한 사업군을 경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재무 등 경영관리를 맡아온 재무통인 데다 계열사에서도 주로 재무분야에 일했던 만큼 계열사 관리 능력도 기대를 모은다.

◆문어발식 다각화는 경계해야

경제계에선 권오준 회장의 전임인 정준양 회장과 같은 형태의 사업 다각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스코는 정 회장 취임 직전인 2008년 매출 41조7420억원, 영업이익 7조173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연결기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초우량 기업 수준이었다. 그러나 권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해인 2013년엔 영업이익이 3조원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까지 추락했다.

포스코는 정 회장 취임 이후 인수·합병(M&A)을 위한 전략기획실을 신설하고, 비철(非鐵) 기업 인수와 해외 자원 사업에 7조원 안팎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정 회장 취임 당시 36개이던 계열사는 2012년 71개까지 늘었다. 인수한 기업 상당수는 경영 부진으로 문을 닫거나 모기업인 포스코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이후 2014년 취임한 권 회장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포스코를 정상화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M&A 등 신사업 추진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경제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발굴한 소재와 바이오 등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게 좋다”며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또다시 ‘잃어버린 5년’을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