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정지 조치를 받은 송영중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임부회장의 ‘출근 투쟁’이 이어지면서 경총 직원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손경식 회장이 지난 11일 송 부회장을 업무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지만 송 부회장은 이후 매일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란 당시 노동계 편을 드는 모양새로 구설에 올랐다. 이달 들어서는 1주일 넘게 출근하지 않아 직원과 불화설이 나돌았다.

결국 손 회장이 나서 송 부회장의 업무를 정지시켰지만 송 부회장은 “경총을 위해 일하겠다”며 사무실로 나오고 있다. 송 부회장은 출근하면 30분~1시간가량 사무실에 머물다가 “외근을 하겠다”며 자리를 뜨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부회장이 사실상 자진 사퇴를 권유한 손 회장의 메시지를 무시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이들은 경총 직원이다. 송 부회장이 출근해 자리만 지키는 게 아니라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송 부회장의 업무가 정지된 만큼 직원들이 그의 지시를 따를 의무는 없다. 경총 임원과 본부장들은 송 부회장에게 결재 안건을 올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직 상임부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업무를 지시하면 이를 마냥 거절하거나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게 경총 직원들의 고민이다.

팀장이나 본부장급 직원은 대부분 송 부회장의 지시를 모른 척하지만, 일부 일반직원(전문위원)은 마지못해 지시를 따르는 일이 있다고 한다.

한 직원은 “대부분 ‘자료를 보내달라’는 등의 단순 업무 지시여서 마냥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며 “직무정지된 송 부회장의 지시에 따랐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경제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굵직한 현안이 쌓여 있는 가운데 재계를 대변해야 할 경총이 내부 문제로 계속 발목이 잡혀 있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경총은 조만간 총회를 열어 송 부회장의 경질 안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