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에 수주 경쟁력 추락…싱가포르에도 밀려

8월부터 작업장 가동 중단
조선부문도 일감 부족 시달려
1분기 1238억원 영업 손실

이 와중에도 노조는 파업 예고
임금 8% 인상·자기계발비 요구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 실적은 2014년 7척(60억달러)을 끝으로 전무하다. 2015년부터는 애프터서비스(AS) 수준의 일감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오는 8월부터 야드(작업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22일 선언한 이유다. 현대중공업은 일시적인 가동 중단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향후 수주 물량이 회복되지 않으면 전면 가동 중단과 휴업 등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
끝내… 해양플랜트 조업 중단 내몰린 현대重

◆고임금 구조로는 수주 불가능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수주가 끊긴 것은 국제 유가 하락과 고임금 구조가 맞물린 결과다. 2015년 이후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내려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원유와 가스 생산·시추 설비를 제작하는 해양플랜트 발주 자체가 줄었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바다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방식의 채산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과 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비해 높은 현대중공업의 인건비는 ‘가물에 콩 나듯’ 나오는 발주 물량도 잡을 수 없게 했다. 지난 3월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발주한 토르투 해양플랜트 사업을 중국 코스코에 빼앗긴 게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토르투 공사는 우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유럽 엔지니어링업체가 제작비가 싼 중국 업체와 손을 잡고 계약을 따내 더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엔 싱가포르 샘코프마린에도 밀려 고배를 마셨다. 샘코프마린의 노동자 임금(보험료, 퇴직급여 등 포함한 회사지급액 기준)은 시간당 25달러인 데 비해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한국 조선사들은 2.6배나 많은 65달러에 달했다. 1달러가 성패를 가르는 해양플랜트 입찰에서 한국 조선사들이 발주처에 제시한 가격은 샘코프마린보다 8000만달러 가까이 높았다. 싱가포르 국민소득은 지난해 기준 5만3053달러로 한국(2만7097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높지만 인건비가 낮은 동남아시아 노동자를 영입하면서 원가 경쟁력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노조는 5년 연속 파업 앞둬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뿐만 아니라 조선부문에서도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39억달러)과 지난해(47억달러) 수주 절벽이 극심했던 탓이다. 올 들어서는 지난달 말까지 목표액(132억달러)의 42%인 56억달러를 수주했지만 일반적으로 수주 이후 실제 건조까지 6개월~1년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적어도 연말까지는 ‘보릿고개’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1600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2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1개 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가운데 3개가 가동 중단됐다. 해양플랜트 공장이 멈추면 빈 도크는 4개로 늘어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5000여 명의 유휴인력에 대한 교육과 순환휴직이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 와중에도 기본급 인상(월 14만6746원)과 자기계발비 10시간을 추가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며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률은 기본급 대비 7.94% 수준이다. 시간 개념의 자기계발비는 일하지 않아도 해당 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주는 것을 말한다. 기본급과 자기계발비를 합치면 월 30만원가량을 추가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노조는 파업권 확보를 위해 지난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이후 매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경영 상황을 감안할 때 ‘임금 동결 및 경영 정상화 시까지 기본급 20% 반납안’을 제시한 상태여서 파업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 사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인건비가 우리의 3분의 1 수준인 해외 경쟁 업체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를 낮춰야만 한다”며 “노조의 무책임한 투쟁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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