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통상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함께 나눠 먹을 더 큰 케이크를 만들어야 하지만, 그렇게 안 한다고 해서 통상전쟁까지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공세를 비판한 것이다.

22일 관영 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글로벌CEO협의회 라운드테이블 기조연설을 통해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 국수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이 같은 ‘케이크론’을 제기했다. 이 자리에는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CEO, 토머스 프리츠커 하얏트호텔 회장 등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지금 각국은 케이크를 어떻게 자를 것인지를 놓고 맞서고 있다”며 “이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 방법은 계속해서 큰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다. 모두가 나눠 가질 수 있을 정도로 더 큰 케이크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두가 (새로운) 케이크를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아예 (기존의) 케이크까지 없애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통상전쟁이 일어나면 지금까지 만들었던 케이크마저 없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웃는 얼굴이 복을 가져다준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 등과 같은 중국 속담을 인용하면서 “국제사회가 결코 제로섬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시 주석은 또 세계 경제에 대해 “수년 전부터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이로 인한 교훈을 다 배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각국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의 운명은 각국이 함께 짊어져야 하고 국제 규칙은 공동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의 문은 결코 닫히지 않고 갈수록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 진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며 적극적으로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개방 약속을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개혁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을 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약탈 경제의 표본’이라고 맹비난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8일 디트로이트경제클럽 연설에서 “중국 지도부가 지난 몇 주간 개방과 세계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웃기는 소리(joke)”라고 비판했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22일 미국과 한국, 대만산 스티렌 제품에 최종 반덤핑 판정을 내렸다. 이들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는 23일부터 5년 동안 3.8~55.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 스티렌은 폴리스티렌, 합성 고무, 플라스틱, 이온교환 수지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원료다.

구체적으로 한국과 대만 기업에는 각각 6.2~7.5%와 3.8~4.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 미국 기업엔 13.7~55.7%의 높은 관세를 매겼다. 지난 2월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렸을 당시 관세율(5.0~10.7%)에 비해 한국과 대만은 낮아졌지만 미국은 크게 높아졌다. 다음달 6일부터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