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월드컵 축구대회는 TV업계가 ‘특수’를 누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이벤트로 꼽힌다. 그렇다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축구팀을 바라보는 이들 기업 마케팅팀 직원들 심정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국내 TV업계는 한국 축구팀 실적에 큰 관심이 없다. 국내 시장에서 ‘월드컵 특수’가 사라진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은 중남미 국가들 선전을 기원한다. 중남미 지역 축구팬이 6억 명에 달할 정도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데다 월드컵 흥행이 실제 TV 판매로 이어지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열린 독일과 멕시코의 조별 예선전에서 멕시코의 승리를 내심 반가워한 이유다.

해당 지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LG전자는 멕시코가 4강에 진출하면 월드컵 기간 동안 TV를 구매한 고객에게 TV를 한 대 더 제공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멕시코는 역대 월드컵에서 한 번도 4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1970년, 198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한 게 최고 성적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예선 경기에서 세계 1위 독일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멕시코 팬들이 거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LG전자는 멕시코가 4강에 들어갈 확률을 계산해 보험을 들어둔 만큼 4강에 진출하더라도 비용 지출이 크지 않다.

각 제조사들은 중남미 특화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브라질 TV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브라질에 판매되는 UHD TV에 스포츠 경기 시청에 특화된 ‘스포(spor) TV’ 앱(응용프로그램)을 추가했다. LG전자도 중남미에서 출시되는 LCD TV에 실시간으로 경기와 출전 선수 정보, 팀 전적 등을 알려주는 ‘풋볼’ 앱을 적용했다. 브라질에서는 축구 스타 키카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