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1·2위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한 택배 서비스에 공동 진출했다. 양사는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SK·GS칼텍스 주유소 40여 곳을 택배 사무소로 활용하는 개인택배 서비스 ‘홈픽’을 시작했다고 20일 발표했다.
SK에너지·GS칼텍스 '주유소 동맹'
CJ대한통운, 물류 전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줌마가 함께 참여한 홈픽은 개인이 택배 발송 주문을 내면 직원이 한 시간 내에 찾아와 물건을 가져간다. 이때 지역 주유소의 유휴 공간이 택배 중간집하장 역할을 한다. 주유소에 모인 물품은 CJ대한통운이 수거해 목적지까지 배송한다.

개인 택배 물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발송의 불편함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택배회사들은 개인 발송보다 배달에 주력하고 있어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물건을 가져갈 수 없었고 결제도 불편했다. 홈픽은 소비자들이 아무 때나 문 앞에서 안전하고 빠르게 물건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주유소 운영업자는 남는 공간으로 임대료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석유제품 판매, 세차, 경정비 등만 제공하던 주유소에 물류 기능을 추가해 사업 확장성을 늘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양사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차량 통행이 유리한 거점 주유소를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해 다음달부터는 16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경쟁 관계였던 두 회사가 신시장 개척에 힘을 합쳤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사업으로는 제로섬 게임밖에 할 수 없었지만 새로운 영역에서는 힘을 모을수록 유리한 ‘오픈 이노베이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사는 스타트업과의 상생 생태계 조성, 주유소 공간의 활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주유소 기반의 공유경제 확산을 기본 협력 방향으로 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동안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공유 인프라’와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왔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도 지난 5월 창립기념사에서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GS칼텍스는 2016년 신사업 발굴 전담팀인 ‘위디아팀’을 만들어 온·오프라인 연계(O2O)플랫폼, 모빌리티,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의 여러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