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홈페이지
사진=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홈페이지
현대자동차가 준비하고 있는 A세그먼트(경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생산 계획에 변수가 생겼다. 노동조합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20일 기자와 통화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지나친 경영간섭은 회사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노조 불만을 전부 듣다 보면 현대차가 앞으로 인수합병(M&A)도 못하게 된다"며 "사측과의 올 임금 교섭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광주시가 추진하는 생산법인 설립(연간 10만대 신공장)에 회사가 참여할 경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2019년부터 울산1공장에서 코나 SUV 플랫폼을 이용해 양산 예정인 경차 SUV 신차나 또 다른 차량을 제3자인 광주형 위탁공장에 맡기면 현대차에 손해를 끼쳐 업무상 배임죄와 민법상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입장은 다르다. '광주형 일자리' 참여 사업은 단체협상 위반과 무관하며 법적 문제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상 판단이 더 이상 노조에 휘둘려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매번 노조 허락을 받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노조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서도 총파업을 거론하며 반대했다.

현대차가 연간 10만대 규모의 경형 CUV를 생산·판매해 수익을 내기 위해선 저임금 생산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외주공장에 맡겨 생산하는 방식을 택하려 한다. 기아자동차는 경차 모닝과 레이를 급여 수준이 낮은 충남 서산의 동희오토에서 위탁해 제조하고 있다.

노조가 걱정하는 것은 광주형 일자리 핵심인 '반값 연봉' 추진으로 전체 노동자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한다는 대목이다. 외주 생산이 늘어나면 울산공장의 생산량 감소로 결국 임금저하와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그렇더라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지 무조건적인 반대가 능사는 아니다.

현대차는 지금 대내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시기다. 노사 상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노조가 양보하고 지지해주지 않으면 현대차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