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전쟁이 다시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존의 네 배인 2000억달러(약 220조원) 규모의 중국 상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여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까지 나서 중국 경제를 ‘약탈 경제의 교과서’라고 비난하며 공세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중국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앞세워 보복 의사를 밝히면서 양국 간 통상전쟁은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대중국 위협 강도 높이는 트럼프

트럼프 '중국과 무역 중단' 선전포고… 파국 치닫는 통상전쟁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한 것은 지난 15일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중국이 보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500억달러 규모의 1102개 중국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자 중국도 다음달 6일부터 콩과 소고기 등 500억달러 규모의 659개 미국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잘못된) 무역 관행을 수정하길 거부하거나 최근 발표한 새로운 관세를 집행하려 한다면 이번 관세 조처는 효력을 얻을 것”이라며 “중국이 다시 보복에 나선다면 추가로 2000억달러어치에 이르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모든 조처가 실제로 집행되면 미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산 수입품의 총액은 4500억달러어치에 이르게 된다”고 보도했다. 2017년 미국이 수입한 중국 제품의 총액은 5056억달러로, 사실상 모든 중국산 제품이 관세를 얻어맞게 된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스콧 케네디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본질적으로 중국과의 대부분 무역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디트로이트 경제클럽 연설에서 “중국의 미국 지식재산권 절취 행위가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약탈 경제’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중국을 맹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지도자들이 지난 몇 주간 개방과 세계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웃기는 소리(joke)”라고 말했다.

이날 미 상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 제재 해제를 무효로 돌리는 국방수권법안을 찬성 85 대 반대 10으로 통과시켰다.

◆중국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도 강력한 반격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측 경고와 관련한 담화를 통해 “이런 극단적인 압력과 위협은 양국의 협상 합의를 위배하고 국제사회를 매우 실망하게 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미국이 이성을 잃고 관세 조치를 실행하면 중국도 부득이 수량과 질량 측면에서 상호 결합된 종합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강력한 반격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추가 보복이 더한 추가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연간 1300억달러에 불과한) 미국 수출품에 대해 더 이상 관세로 보복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중국은 미국 기업의 영업 중단 및 공급망 방해 등 다른 효과적인 수단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가 통상전쟁의 공포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