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판매된 지 15년이 넘은 노후 디젤(경유) 트럭 및 버스가 100만 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현재 판매 중인 차량에 비해 미세먼지 등 공해물질을 10배 이상 내뿜는 차량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도로 위 사고를 예방하려면 노후 디젤자동차의 ‘폐차’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당 80만원꼴인 정부의 노후 디젤차 조기 폐차 보조금을 현실화해 정책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지적이다.
미세먼지 10배 뿜는 초고령 트럭·버스… "퇴출 시급"
◆노후 상용차=미세먼지 주범

19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등록한 지 15년 이상 된 ‘초고령’ 노후 트럭(특수화물차 포함)과 버스 98만4352대(작년 말 기준)가 아직도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전체 상용차(449만3755대)의 21.9%를 차지한다. 상용차 상당수(약 92%)는 디젤 차량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와 트럭 다섯 대 중 한 대가량이 낡은 디젤 차량이라는 얘기다.

15년 넘은 노후 버스와 트럭이 전체 상용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08년만 해도 15년 넘은 낡은 상용차 비중은 6.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21.9%로 높아졌다. 초고령 디젤 버스와 트럭 비중이 10년 새 급증한 것이다.

오래된 디젤 버스와 트럭 등은 기준치 이상의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를 내뿜고 있다. 현행 디젤 상용차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에 따르면 디젤 상용차는 1㎞ 주행 때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은 0.4g, 미세먼지(PM2.5 기준)는 0.01g 이하를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15년 이상 된 디젤 버스와 트럭은 대부분 ‘유로3’(2000년 적용) 이하 기준을 적용받은 차다. 유로3 기준은 질소산화물 5g 이하, 미세먼지 0.1g 이하다. 현행 기준과 비교하면 질소산화물은 12.5배, 미세먼지는 10배에 달한다. 당시 팔린 디젤 상용차 한 대가 지금 팔리는 차의 10배에 달하는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노후 디젤 트럭과 버스는 비슷한 연식의 디젤 승용차와 비교해도 네 배 이상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된 트럭과 버스가 도로 위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유다.

◆“노후 상용차 조기 폐차 유도해야”

정부는 노후 디젤 차량이 내뿜는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조기 폐차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차주들에게 폐차를 유도하기 위한 지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노후 디젤차 11만6000여 대를 지원 대상으로 정하고 934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대당 평균 80만원꼴이다. 정부 지원금에 상응하는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을 함께 받아도 대당 평균 160만원에 불과하다. 수도권을 오가는 한 화물트럭 차주는 “2000년식 4.5t 트럭의 경우 중고차 가격이 1500만원 정도”라며 “계속 운행하거나 중고차 시장에 넘기는 게 훨씬 이득인데, 누가 160만원을 받고 폐차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업계와 학계에선 노후 디젤차 조기 폐차 보조금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세먼지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관련 예산을 늘리고 조기 폐차 대상을 노후 상용차 위주로 우선 적용해야 한다”며 “차주 대부분이 저소득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타타대우, 대우버스 등이 트럭과 버스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수입업체인 볼보와 만, 다임러 등도 대형 트럭을 들여와 팔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트럭과 버스가 연간 25만 대와 5만 대가량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