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은 지난해 봄부터 임직원들이 협력사 임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시락 배달’ 행사를 열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동국제강은 지난해 봄부터 임직원들이 협력사 임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시락 배달’ 행사를 열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동국제강, 25개 지역별 협력사와 공정거래 협약 체결
동국제강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206억원을 기록하면서 1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철강업계가 ‘내수 부진’과 ‘수입 규제 강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동국제강이 실적 호조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노사 화합과 상생 경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국제강 노조는 1994년 국내 업계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했다. 걸프전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 여파로 철강업계도 재고가 증가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노조는 항구적 무파업으로 사측에 힘을 보탰다”며 “사측은 노조원들에게 사원 아파트를 제공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복지 혜택으로 보답했다”고 말했다.

이후 경영 위기 때마다 노사 화합 문화가 빛을 발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동국제강은 인적 구조조정 없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노조가 자발적으로 임금 동결을 선언해 경영 정상화에 가속을 붙였다. 세계 경기 침체로 산업 전반에 불황이 닥친 2013년에는 노조가 철강업계 최초로 임금협상을 사측에 위임하기도 했다. 이에 사측은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과 실질임금 하락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화답에 나섰다.

항구적 무파업 선언 20주년을 맞은 2014년에는 노사가 철강업계 최초로 통상임금체계 확대 개편에 합의했다. 시간외 근로 등 법정 수당을 산정하는 데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해 물가상승률 수준의 실질임금 상승 효과를 끌어냈다는 평가다. 이후 2015년 노조는 ‘노사상생협력 공동선언식’을 열고 임금 및 특별단체협약을 회사에 위임하기도 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노조가 경영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기로 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며 “회사는 노사공동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임금체계를 통합하고 보상체계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동국제강은 협력사와의 상생에도 신경쓰고 있다. 지난 4월에는 25개 지역별 협력사와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며 상생을 약속했다. 협약에 따라 동국제강은 대금 지급 조건 개선, 동반 성장 소통 창구 확대, 컨설팅 지원 등 업무적 협력을 협력사와 약정했다. 아울러 보건 의무실 운영 지원, 정기 안전교육 등 협력사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지원도 확대키로 했다.

지난달 4일에는 모든 사업장에서 임직원과 상주 협력사 직원들이 함께 점심을 먹는 ‘도시락 배달’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해 봄에 시작해 세 번째 연 행사로 협력사 직원들과 동국제강 임직원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됐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협력사와 소통을 강화하면 실적 개선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라며 “사내외 협력업체와 적극적으로 소통을 확대해 광범위한 상생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공정거래 협약 체결, 지원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협력사와의 지속적 소통을 통해 상호 경쟁력을 제고하고 상생경영을 강화해 나간다는 목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