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국민체감행사’가 17일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에서 열렸다. 정창영 현대자동차 자율주행개발실 연구원이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현대차 ‘넥쏘’의 자율주행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율주행차 국민체감행사’가 17일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에서 열렸다. 정창영 현대자동차 자율주행개발실 연구원이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현대차 ‘넥쏘’의 자율주행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9시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 도심 한가운데서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서울시가 주최한 ‘자율주행차 국민체감행사’가 열렸다. 삼성역에서 경기고교 사거리까지 왕복 14개 차로 중 5개 차로가 통제되고 현대자동차와 KT, 한양대 등 5개 기관이 개발한 자율주행차 7대가 도로에 올랐다. 옆 차로에는 일반 차량이 오가고 교차로 신호등은 평소처럼 작동했다.

◆무단횡단 발견하자 알아서 급정차

현대차의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넥쏘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자동차에 동승했다. 운전석에 앉은 연구원의 “출발하겠다”는 말과 동시에 차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 남짓한 체험구간에는 도심 주행에서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마련됐다. 시속 40㎞로 주행하는 넥쏘 앞에 옆 차로에 있던 차량이 끼어들자 넥쏘는 알아서 속도를 줄였다. 봉은사역 사거리에서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정지선 앞에 정확히 멈췄다.

보행자 갑자기 뛰어들자 車가 알아서 끼익~
갑자기 보행자가 뛰어드는 상황도 연출됐다. 넥쏘는 뛰어드는 보행자 모형을 인식하고 차를 급하게 멈춰 세웠다. 반응속도가 사람보다 빨랐다. 전방에 2.5t 트럭이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자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바꿔 주행을 이어갔다. 넥쏘의 전·후방에는 눈 역할을 하는 라이더(레이저 센서)가 3개씩 달렸다. 카메라 4개와 레이더(전파탐지장치) 3개도 장착됐다. 카메라는 차선과 차량을 인식하고 신호등 색을 구분하는 역할 등을 맡는다. 라이더와 레이더는 물체의 형태를 인식하고 이동 경로를 예측한다.

넥쏘 자율주행차는 6단계로 나뉜 기술 수준(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 중 4단계를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율주행은 0단계부터 5단계로 구분된다.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최종적인 무인차 수준이 5단계다. 넥쏘가 구현한 4단계는 운전자 개입 없이 차가 스스로 달리는 수준이다.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센서 독자 개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주는 것이 국토부의 역할”이라며 “실시간 스마트 도로 구축과 정밀지도 개발 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2022년까지 전국 고속도로 5000㎞를 스마트화해 실시간으로 주변 정보를 자율주행차에 제공하고 차량 간 통신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의 기반이 되는 정밀 도로지도도 민간과 함께 구축에 나선다.

국토부는 2016년 3월 현대차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20개 기관의 46대 차량에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내줬다. 안전운행 요건을 갖춘 허가 차량은 어린이보호구역 등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전국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허가를 받은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 연구기관 등은 실도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하며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주자는 현대차다. 현대차는 2010년 ‘투싼ix 자율주행차’를 시험용 차량 형태로 선보이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현대차는 2021년까지 4단계 수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2030년엔 완전 자율주행차(무인차)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까지 레이더와 카메라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센서를 독자 개발할 계획이다. 2021년까지 부품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를 10%까지 늘리고 투자비의 절반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에 집중 투자한다. 한라그룹의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국내 정보기술(IT) 업체 최초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네이버랩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선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