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권위 국장 "가상화폐는 증권 아니다" 언급에 시세 '껑충'
윌리엄 힌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업재무국장이 야후 파이낸스가 개최한 올 마켓 서밋 행사에서 “가상화폐(암호화폐) 이더리움은 증권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4일 보도했다.

힌먼 국장은 “암호화폐 네트워크가 충분히 분산되어 있고 구매자가 제3자로부터 관리받을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암호화폐는 증권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암호화폐는 발행한 회사가 없어지더라도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한 가치를 지니고 거래를 할 수 있어 증권과는 다른 상품이라는 것이다.

그는 “암호화폐가 처음 발행되는 방식이 증권과 유사하다고 해도 네트워크가 가동되는 순간 중앙의 통제권이 상실돼 증권으로 분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ICO(암호화폐 공개)와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는 “증권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골프 클럽 멤버십과 같은 구조”라고 전제한 뒤 다만 몇몇 ICO의 경우는 사기로 밝혀지는 사례가 있다며 규제 당국의 역할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더리움은 전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플랫폼 코인의 선두주자다. 플랫폼 코인이란 코인의 블록체인을 활용해 스마트 계약을 맺거나 토큰을 발행하는 등 경제 활동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코인을 지칭한다.

그동안 미국 금융당국은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증권과 동일 수준의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더리움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으고 토큰을 분배하는 ICO가 증권시장 IPO(기업공개)와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암호화폐 시세는 제한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이더리움을 비롯한 플랫폼 코인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으며 ICO 시장 열기도 주춤했다.

그러나 힌먼 국장의 발언이 전해진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비트코인, 리플 등이 4% 넘게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상승장으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특히 플랫폼 코인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이더리움은 8% 이상 올랐고 이오스(EOS)는 메인넷 가동이 시작됐다는 소식에 힘입어 11% 이상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김산하 한경닷컴 객원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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