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버]VW그룹, 자율주행 기반 '컨텐츠사업' 도약

-2018 하노버 세빗(CEBIT)서 미래전략 5단계 밝혀

-마스(Maas, Mobility-as-a-Service) 사업 미래 주력 삼아

폭스바겐그룹이 미래 생존전략을 세우고, 궁극적으로는 컨텐츠 공급자로 변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로 시작해 다양한 분야에 해당 시스템을 연결하고,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 양산 및 운영단계를 거쳐 모빌리티 서비스기업으로 변신한다는 것. 이어 완벽한 자율주행이 실현되는 미래에는 모빌리티 내에서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폭스바겐그룹 요한 융비르트 디지털부문총괄은 독일 하노버에서 개막한 '2018 세빗(CEBIT)' 주제 연설에서 폭스바겐그룹의 새로운 자동차사업으로 종합 이동 서비스 개념인 '마스(Maas, Mobility-as-a-Service)'를 들고 나왔다. '마스'는 자동차회사가 단순 제조를 넘어 이동에 관련된 모든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어서 최근 모빌리티부문에선 미래 화두로 꼽히는 서비스 개념이다. 우버를 비롯한 구글 등의 IT 기업 또한 저마다 '마스'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종합 이동 서비스 미래전략인 '마스'를 완성하기 위해 폭스바겐그룹은 5단계 전략을 추진한다. 1단계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공급자' 역할이다. 현재 IT와 통신, 전통적인 자동차회사들이 앞다퉈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보다 지능이 뛰어난 시스템이 탄생하도록 폭스바겐그룹 자체가 하나의 시스템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다양한 IT기업들이 자율주행에 개별적으로 힘을 쏟지만 결국 자동차라는 제조물로 모든 기능이 모인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실제 2018 세빗에서 요한 융비르트 총괄은 IBM과 중국 화웨이, 기타 수많은 디지털기업의 전시관을 직접 소개하며 폭스바겐그룹 중심의 IT분야 협업사례를 적극 소개했다. IBM의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자율주행 이동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 및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다양한 사물과 자율주행을 연결할 때 화웨이의 컴퓨팅 플랫폼을 활용하는 식이다.

시스템을 완성한 후 밟을 다음 단계는 '시스템 제공'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필요한 모든 곳에 폭스바겐그룹의 지능을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이 경우 폭스바겐그룹 중심의 자율주행 연결 표준 시스템을 만들어 미래에도 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폭스바겐그룹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활용한 '자율주행 물류 이동 수단(ADD, Autonomous Delivery Devise)'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에 자율주행 이동수단을 물류에 직접 투입, 비용을 줄이는 연구다.

이 회사 빅터 바더 연구원은 "2019년에 낮은 단계 수준에서 자율주행 이동수단 세드릭을 활용해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이라며 "오로지 차에 부착한 여러 센서 기반으로 움직이는 것이어서 고속주행에 필요한 지능형 도로 인프라 구축 자체가 없어도 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시속 6㎞ 이하 속도로 물류 허브에서 반경 10㎞ 이내에 필요한 물건을 세드릭이 야간에 운반하는 프로젝트다.

요한 융비르트 총괄은 "그룹 내 디지털부문의 역량을 키울수록 관련산업 파급효과가 크고, 이 경우 폭스바겐그룹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이동하는 모든 것의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시스템 공급자로 기반을 다진 후 폭스바겐그룹이 지향하는 다음 단계는 '자율주행 이동수단'의 양산 및 활용이다. 완성도 높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승용차와 상용차는 물론 세드릭과 같은 새로운 이동수단에도 적용해 다양한 분야로 활용성을 넓혀 가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내 지능이 스스로 사용자 패턴 및 취향 등을 학습해 맞춤형 이동로봇으로 진화하고, 이들을 연결해 궁극의 미래전략인 '마스' 비즈니스를 완성하는 것이다.

4단계는 마스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모빌리티 공급'이다. 이동이 필요한 모든 곳에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동수단의 직접 제조는 물론 이동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제조물 전체를 연결하는 만큼 폭스바겐그룹 주도의 마스사업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얘기다.

-로봇 3원칙 제시, '사람 보호가 1원칙'

-자율주행 기술 발전의 목표는 '모두의 이익'

사람의 운전이 전혀 없이 이동의 모든 과정을 연결한 후에 마지막으로 전개할 새로운 사업은 '컨텐츠 공급'이다. 제아무리 최적화된 경로라도 이동에는 반드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탑승자가 필요한 컨텐츠를 정해진 공간 내에서 제공해야 '소비자 경험(UX)'이 축적돼 '마스'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어서다.

요한 융비르트 총괄은 "마스 서비스를 완성하고 지속하기 위해선 새로운 환경 하에서 다양한 기술 개발이 요구되는데, 전동화로 바뀌는 동력 전환이 낮은 단계의 관여라면 모빌리티의 활용성, 보안, 소비자 중심 측면,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 제거 등은 마스부문에서 관여도가 높은 항목"이라며 "이들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이 이동할 때 비용을 줄여주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시 말해 미래전략 완성을 위한 디지털 기술의 종착역은 시간, 비용, 배출가스 등을 모두 줄이는 대신 이익을 가져가는 '효율(Effiency)'임을 숨기지 않는다.

한편, 이 날 발표에선 로봇전략도 눈길을 끌었다. 발표자로 나선 폭스바겐그룹 마틴 호프만 CIO(Chief Information Officer)는 로봇의 '3원칙'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로봇이 인간을 다치게 해선 안된다는 1원칙이다. 자율주행을 하나의 로봇으로 여긴다면 탑승자는 물론 보행자 모두를 완벽히 보호해야 한다는 것. 2원칙은 '사람의 명령 복종'이다. 그러나 명령이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경우라면 따르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 3원칙은 로봇 스스로 자기를 보호해야 한다. 물론 여기서 전제는 1원칙 또는 2원칙과 갈등이 없을 때다. 결국 폭스바겐그룹의 로봇 개발방향은 '사람 보호'가 최우선인 셈이다.

마틴 호프만 박사는 "폭스바겐그룹은 이미 로봇을 개발, 생산단계에서 상당 부분 활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로봇 지능을 결국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전반에 걸쳐 활용하는 만큼 로봇 개발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요한 융비르트 디지털 총괄은 이를 입증하듯 세빗에 참여한 기업 중 휴머노이드 작업 로봇 '세컨 핸즈'를 개발한 독일 칼스루헤 과대학의 'H2T'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시에 참여한 로봇은 사람의 움직임을 카메라로 인식한 후 스스로 작업파트너로 참여하는 인공지능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책상 한 쪽을 들면 로봇이 건너편으로 이동해 같이 책상을 들어올려 물건을 옮긴다. 또 필요한 도구를 가져다줄 수 있는 만큼 향후 자동차 생산분야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폭스바겐그룹으로선 결국 사람의 머리에 해당하는 지능을 발전시키고, 이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켜 그룹의 미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셈이다.

마틴 호프만 박사는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 러닝의 진화와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 그리고 양자컴퓨터의 진화는 로봇의 지능이 인간 신경망과 같은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라며 "폭스바겐그룹이 미래에 주목하는 핵심 분야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노버=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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