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참사… '최후 보루' 제조업 일자리도 줄었다
석 달 연속 10만 명대에 머물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지난달에는 7만 명대로 추락했다. 정상 수준의 증가 폭이 30만 명대인 점을 감안하면 ‘고용 참사’ 수준이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대부분 고용지표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됐다. 특히 한국 경제를 떠받치며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온 제조업에서도 일자리 감소가 본격화돼 ‘고용 쇼크’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6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 1월까지만 해도 평균 30만 명대를 유지하다가 2월 10만 명대로 떨어진 이후 3개월 연속 부진을 보여왔다.

그동안 고용을 떠받쳐온 제조업에서 일자리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작년 6월부터 10개월 연속 증가하다가 올 4월 6만8000명 줄었고, 지난달에는 7만9000명 감소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자동차·조선 등의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외에 ‘기업 옥죄기식’ 각종 규제 강화로 제조업이 위축되면서 고용 감소로 이어진 측면도 크다고 분석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은 고용 감소 폭이 더 컸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만3000명 줄었고 도·소매업 취업자도 5만9000명 감소했다. 상용직 취업자는 32만 명 증가한 반면 최저임금 인상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11만3000명, 12만6000명 줄었다.

실업률은 4.0%로 5월 기준으로 2000년(4.1%) 후 1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만 15∼29세) 실업률은 10.5%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고용동향이 발표된 직후 긴급 고용대책회의를 열어 “5월 고용동향 내용이 충격적”이라며 “저를 포함한 경제팀 모두가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