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일본 등 동결 전망…양적완화 출구전략은 고심

미국이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는 등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다른 나라들도 글로벌 긴축 대열에 동참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금융위기 후 금리를 마이너스나 제로 수준으로 내리며 완화정책 대열에 참여해왔던 각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향후 인플레에 대응하고 경기 부진 시 대응 여력을 확보해두기 위해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려 정상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도 자금 이탈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데다 그동안 양적 완화(QE)로 매입해온 국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도 압박 요인이다.

하지만 유럽과 일본 등 여타국가에선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한 미국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 무역 분쟁 등으로 대내외 압박이 커지고 있어 단칼에 긴축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완화유지? 긴축선회?' 美금리인상에 각국 중앙은행 '고민되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1.75∼2.00%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는 지난 3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인상이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제로(0∼0.25%) 수준까지 내렸던 금리를 7년만인 2015년 12월 16일 처음 인상한 이래 0.25%p씩 총 7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더구나 연준은 견조한 국내경기 회복세를 근거로 삼아 올해 총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4회로 늘려 잡았다.

미국이 이처럼 긴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은 자국 내 경기의 탄탄한 회복 덕분이다.

1조5천억 달러에 이르는 감세 효과 기대감, 지난 3월 현재 3.8%로 4%를 밑도는 실업률, 2%에 근접한 인플레이션 등이 연준의 금리 인상 동력이 됐다.

하지만 미국을 바라보는 다른 나라들의 심정은 복잡미묘한 상황이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이자 셰일오일 생산국이라는 자신감이 뒷받침되고 있지만, 여타국가들은 상황이 다르다.

유럽중앙은행(ECB)만 해도 미국과 금리 격차가 2008년 말 이후 최대(2%포인트)로 벌어지게 됐다.

ECB는 당시 금융위기로 주저앉은 경기를 끌어올리려 부양책을 고수하면서 기준금리를 0%로 동결 중이다.

연준이 연내 금리를 추가로 한차례 이상 인상하면 금리 격차는 2%포인트를 넘어서고, 내년엔 3%포인트까지 벌어질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다봤다.
'완화유지? 긴축선회?' 美금리인상에 각국 중앙은행 '고민되네'
그러나 ECB가 당장 14일 여는 통화 정책 회의에서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로존 경제 성장 둔화, 미국과의 무역 갈등 심화, 국제유가 상승세, 이탈리아 정치 불안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채권 매입의 축소 여부는 도마 위에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ECB는 2015년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해 현재 매월 300억 유로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데, 이날 회의에서는 9월 종료 예정인 채권 매입을 언제 종료할지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날인 15일 통화 정책을 결정·발표하는 일본은행(BOJ)도 고민이 깊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은 미국·유럽과 달리 경기회복이 부진하고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기 때문에 미국·유럽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긴축 신호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BOJ가 경기 흐름을 주시하면서 당분간 완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연준 이사인 라엘 브레이너드는 지난달 연설에서 "유럽과 일본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저조한 인플레이션 등이 불거진 점으로 볼 때 선진국 통화 정책이 당분간 (미국과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