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의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만든 용기. /SK케미칼 제공
SK케미칼의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만든 용기. /SK케미칼 제공
국내 화학회사들이 친환경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규제뿐만 아니라 화학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화학회사들은 자사가 보유한 첨단 기술을 동원해 제조, 소비 등 각 단계에서의 친환경성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리서치는 세계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지난해 1조600억달러(약 1141조원)에서 2020년 1조175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플라스틱 제조사 연합인 플라스틱스유럽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유럽 플라스틱 수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포장재(39.9%)였다. 포장재 중에서도 식품 용기는 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구매에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품목이다.

휴비스의 친환경 발포 PET 소재 에코펫. /휴비스 제공
휴비스의 친환경 발포 PET 소재 에코펫. /휴비스 제공
SK케미칼은 범용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페트) 대신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글리콜(PETG)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고투명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인 PETG는 식기나 유아용 젖병, 고급 화장품 용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 코리아락과 함께 PETG를 적용한 식품 용기 ‘더스텐’을 출시했다. 휴비스의 친환경 발포 PET 소재인 에코펫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무독성 인증을 받았다. 전자레인지에 넣어도 변질 우려가 없고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1회용 도시락이나 컵라면 용기로 적합하다.

제품 생산 단계부터 친환경을 고려한 소재도 주목받고 있다. SKC는 자동차 내장재 등에 쓰이는 폴리우레탄의 원료인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할 때 과산화수소를 촉매로 사용하는 공법을 적용했다. 과산화수소산화프로필렌(HPPO) 공법으로 PO를 만들면 물 외에 다른 부산물이 나오지 않는다. 세계 PO 생산량은 연간 900만t이지만 HPPO 공법으로 생산된 물량은 16.7%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화케미칼이 8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친환경 가소제 ‘에코데치’는 정제 공정에서 고온의 증기 대신 질소를 사용해 폐수 발생을 차단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의료기기, 어린이 완구 등의 용도로 독성 시험을 통과한 이 제품은 벽지 제조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소재들은 기존 제품에 비해 원가 부담이 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홍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