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드로 결제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 손가락만으로 결제하는 시대가 열리게 됐다.

'핑페이' 편의점서 시작… 270만 가맹점으로 확대
신한·비씨·하나·롯데카드 등 4개 카드사가 LG히다찌, 나이스정보통신과 함께 손가락 정맥 인증 결제 시스템인 ‘핑페이’를 도입하는 것은 간편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실물 카드나 스마트폰이 없어도 결제 가능한 ‘디바이스리스’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방법으로 핑페이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핑페이가 국내에 도입되는 것은 오는 10월이다. 4개 카드사와 LG히다찌, 나이스정보통신은 현재 국내 편의점 업체 한 곳과 핑페이 시스템 도입에 대한 막바지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해당 편의점 전국 점포 수천 곳에 핑페이 시스템을 도입한 뒤 다른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핑페이는 근적외선 광원을 투과시켜 촬영한 손가락 정맥 화상의 패턴을 이용해 본인을 식별하는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손가락 정맥은 지문이나 홍채, 얼굴에 비해 위조 및 변조 난도가 높다.

'핑페이' 편의점서 시작… 270만 가맹점으로 확대
몇 년 전만 해도 카드 결제를 위해선 무조건 실물 카드가 필요했다. 2015년 삼성전자와 삼성카드가 ‘삼성페이’라는 간편 결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카드사마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에 카드를 탑재해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보편화된 것은 이때부터다.

급기야 지난해 5월엔 롯데카드가 손바닥 정맥을 사용한 ‘핸드페이’ 결제시스템을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비씨카드도 연내 중국 유니온페이의 QR코드 결제 시스템을 국내 가맹점에 들여와 새로운 시도를 할 계획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포화된 카드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면 새로운 시도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깔렸다”며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시도가 실생활에서 널리 사용될지 장담하기는 힘들다. 롯데카드의 핸드페이만 해도 세븐일레븐, 롯데마트, 롯데리아 등 롯데 계열사 가맹점 80여 곳에서만 쓰이고 있다. 핑페이가 얼마나 확산될지 역시 미지수다. 핑페이가 안정적으로 확산되면 수년 내 4개 카드사 전체 가맹점 270만 곳에서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신한카드 측 설명이다.

단말기 설치 비용이 걸림돌이다. 핑페이 단말기는 대당 20만원대로 추산된다. 오는 10월 첫 도입 때 설치되는 단말기 비용은 우선 LG히다찌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후 다른 가맹점에 확산될 때 단말기 설치 비용은 4개 카드사, LG히다찌 등이 함께 분담해야 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