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주력 세단 SM6가 부산공장에서 조립된 모습. (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의 주력 세단 SM6가 부산공장에서 조립된 모습. (사진=르노삼성)
국내 자동차산업이 한국GM 구조조정 사태를 겪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반면 겉으로 보이는 판매 실적과 달리 내실을 다지면서 생산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공장도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산공장이 대표적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5월 국내 판매량이 한국GM에 밀려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최하위로 밀려났다. 그런데 수출 물량을 늘리고 고부가 제품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은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부산모터쇼 개막식을 마치고 해운대 벡스코에서 차량 이동으로 약 1시간 거리인 신호공단 내 부산공장을 가봤다.

포스코 기가스틸로 만드는 'SM6' 차체공장

"SM6는 핫프레스포밍 공법을 거쳐 얇고 인장강도가 높은 차체를 생산합니다."

이날 부산공장에서 만난 백호선 차체팀장은 "SM6는 차체 골격인 A필러(전면부 기둥), B필러와 중심 기둥, 사이드실, 바닥 부재, 범퍼 빔 등에 기가스틸이 쓰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면 충돌시 1차 충격이 가해지는 엔진을 감싸는 골격(프론트 사이드 멤버)에도 기가스틸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그는 "SM6는 차체 18.5%에 기가파스칼(GPa)급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했다"며 "대부분 1300메가파스칼(Mpa) 이상으로 국산차 중 포스코의 기가스틸이 가장 많이 사용된 차"라고 강조했다. 요즘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출시 때 강조하는 초고장력 강판은 대부분이 780Mpa로서 기가스틸 인장강도에 못 미친다는 설명이었다.

튼튼한 차체는 차량 간 충돌 시 탑승객을 보호하는 안전성이 높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기가스틸은 1㎟면적당 100㎏ 하중을 견디는 1GPa급 강판이다. 10원짜리 동전 크기(1㎠)의 철로 10t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인장강도 1000MPa 이상의 초고장력강을 말한다.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면서 강도는 3배 강하다.

차체라인 투어를 맡은 전미순 제조본부 홍보매니저는 "부산공장 조립 차량엔 녹이 안슬게 방청 강판을 사용하고 있는데 차량 수명을 늘려준다"고 설명했다.

◆ SUV 전문공장…로그·QM6 '효자'

부산공장은 르노와 닛산의 장점만 모은 '스마트' 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립라인은 7개 차종을 하나의 라인에서 생산하는 '혼류생산' 공정을 채택해 최대 5개 플랫폼, 8개 차종까지 운용할 수 있다. 르노와 닛산 2개 브랜드의 국적이 다른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조립한다. 이중 60%는 수출용, 40%는 내수용이 차지한다.

SUV 비중이 전체 생산의 70%를 넘어선 것도 특징이다. 차종별로 보면 지난해 중형SUV 로그(닛산)가 12만3200대로 가장 많았고 이어 르노 브랜드의 QM6 7만1600여 대, SM6 4만8400여 대 각각 생산됐다.

조립라인에선 시간당 60대, 하루 평균 1000대씩 완성차를 생산한다. 주간 2교대 근무 기준으로 잔업 등을 포함해 연간 27만대 생산능력을 갖췄다. 평일 작업 기준으로 거의 풀가동되고 있는 것. 근무 인력은 2500여 명으로 직원 1인당 연간 100대 이상 완성차에 투입되는 셈이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수입차 QM3를 제외하고 26만4000여 대를 생산·판매했다. 2016년(24만2000여대) 대비 9% 생산성을 높였고 전체 생산능력의 97.8%를 달성했다. 이러한 생산 효율을 앞세워 2016년과 2017년 2년연속으로 영업이익 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세계 148개 완성차 공장의 생산성을 평가한 2016년 하버리포트에서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8위로 최상위권에 자리했다.

◆ 수출이 성장세 주도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 1분기 완성차 5사의 전체 수출 대수는 57만343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줄었다고 집계했다. 경쟁사의 수출 물량이 일제히 감소한 반면 르노삼성은 홀로 12.9% 늘렸다.

르노삼성의 올해 5개월간 누적 수출은 7만297대다. 이중 SUV 모델은 총 6만8741대로 수출 비중의 97%를 차지했다. SUV 생산 비중을 높이면서 전체 판매는 소폭 감소했으나 수익성은 높이고 있다. SUV 개발 역량을 높이 평가한 프랑스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에 중형급 이상 SUV 개발 전담을 맡긴 게 주효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판매대수는 줄었어도 대당 평균단가는 높아져 수익성은 좋아졌다"고 말했다.

부산=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