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에 대한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선임된 송영중 경총 상근부회장(사진)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업무 지시를 하고 있어 임직원들과의 불화설이 제기되고 있다.

1주일째 출근 안한 경총 부회장
경제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8일 “송 부회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이번주 들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전화 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며 “최근 대외 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임직원뿐 아니라 회원사들도 그 배경을 궁금해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달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문제에 대해 경총과 노동계가 국회 말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합의한 사건 이후 송 부회장과 경총 임직원 간 사이가 멀어졌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경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제도 개편 문제를 국회가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양대 노총과 합의해 ‘노동계의 2중대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그동안 상여금, 숙식비 등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할 것인지를 놓고 첨예하게 맞섰는데, 기업을 대변하는 경총이 노동계의 반발에 힘을 보태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경총은 당시 “여야 합의안이 제도 개선 효과가 없는 생색내기 수준이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제계에선 “여야 합의안도 받아들이지 않는 노동계가 최저임금위에서 경영계 주장을 더 많이 수용하겠느냐”며 경총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총은 곧바로 “국회에서 결론을 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당시 이 같은 결정을 주도한 인물로 송 부회장이 꼽혔다.

송 부회장은 “국회 논의 과정에 기업 의견을 더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런 뜻이 곡해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이후 송 부회장과 경총 임직원 간 의사소통이 막히기 시작했다는 게 경총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 입맛’에 맞는 관료 출신이 경총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송 부회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국장과 고용정책본부장 등을 지냈다. 기업보다는 노동계 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좌동욱/장창민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