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스마트 공장 플랫폼 ‘포스프레임’이 구축된 현장에서 작업자가 스마트 안경을 쓰고 설비 가동 원칙 등을 확인하는 모습을 가상으로 구현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의 스마트 공장 플랫폼 ‘포스프레임’이 구축된 현장에서 작업자가 스마트 안경을 쓰고 설비 가동 원칙 등을 확인하는 모습을 가상으로 구현했다. /포스코 제공
지난달 28일 오전 경북 포항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2고로. 하루 6000t의 쇳물을 만들어내는 100m 높이 고로 근처에는 좀처럼 근로자가 보이지 않았다. 오전에 제2고로를 책임지는 작업자는 총 7명. 이곳을 통제하는 중앙운전실에 올라가자 3명의 직원이 작업 환경을 찍은 영상과 각종 데이터를 화면에 띄워 놓고 고로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고로로 들어가는 철광석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녹화되고 있었다. 머신비전 기능을 이용해 철광석의 이미지를 데이터화하고, 이들의 모양을 분석해 품질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직원이 철광석을 직접 삽으로 떠서 샘플링한 뒤 체로 쳐서 철광석의 입도 비율을 확인했다. 손기완 포항제철소 스마트고로 태스크포스팀(TFT) 팀장은 “지금은 이미지 분석을 통해 전체 분량의 40%에 해당하는 표본으로 평균 품질을 확인하고 있으며, 그 정확도가 9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노동’에서 해방된 근로자들

산업혁명 초기만 해도 근로자가 철광석을 지게로 지고 올라갔을 정도로 제철소 환경은 열악했다. 지금보다 3~4배가량 많은 근로자가 필요했다. 1983년 조강 910만t 체제의 포항제철소를 완공한 포스코는 약 30년간의 자동화 과정을 거쳐 전 세계 제철소 중 가장 자동화율이 높은 공장으로 변신했다. 2016년부터는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인공지능(AI)을 통해 분석하는 스마트고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제2고로에서는 원료뿐만 아니라 결과물인 쇳물 온도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직원이 2시간마다 용광로에 접촉식 온도계를 넣어 쇳물 온도를 직접 확인했다. 하지만 스마트화가 이뤄진 뒤에는 고로에 붙어 있는 30개의 고화질 카메라와 수백 개의 사물인터넷(IoT) 센서, 2파장 온도계가 내부 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알려준다. 원료 상태(철광석 입도)와 결과물(쇳물 온도) 정보가 데이터로 쌓이자 딥러닝을 통해 온도 변화를 예측하고, 미리 제어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쇳물 공장'서 스마트 팩토리로 변신… 포스코, 일자리는 되레 늘어
AI 인력 수요로 일자리 늘어

AI가 사람이 하던 ‘분석 기능’을 수행하면서 근로자들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은 아닐까. 포스코는 달랐다. 오히려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늘어났다. 직접 철광석을 샘플링해 품질을 확인하고, 쇳물의 온도를 재는 ‘단순 노동’은 줄어든 반면 AI를 해석하고, 이를 철강산업에 적용할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해지고 있어서다.

포스코의 3월 말 기준 직원 수는 2015년 1만8018명, 2016년 1만6928명, 2017년 1만6649명까지 줄어들었다가 올해 3월 말 1만7076명으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규 채용도 공격적으로 늘렸다. 지난해 포스코는 연구개발(R&D) 인력뿐만 아니라 AI, IoT를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500명의 정규직 신입사원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손 팀장은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을 처음 꺾었을 때 AI가 인간을 모두 대체해 버린 뒤 ‘인간 동물원’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며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관련 기술을 적용해 본 결과 AI가 생산성을 올려주고, 이전에는 생각지 못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새로운 산업의 지평까지 열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증가 추세는 제조업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부품 기업인 현대모비스의 직원 수는 2015년 3월 말 8354명에서 지난 3월 말 9619명으로 15% 증가했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타고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2021년까지 R&D 투자비를 부품 매출의 1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연구개발 인력은 현재 600여 명에서 2021년까지 1000명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국내 R&D 인력은 2015년 말 기준 2324명에서 지난해 말 2715명으로 늘어났다.

포항=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