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업체 CSOT는 지난해 11월 중국 선전에서 10.5세대 LCD 공장 일부 시설의 상량식을 열었다. /CSOT 제공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CSOT는 지난해 11월 중국 선전에서 10.5세대 LCD 공장 일부 시설의 상량식을 열었다. /CSOT 제공
중국 2위 디스플레이 업체인 CSOT가 2021년부터 TV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중국 최초로 생산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기판이 클수록 생산 난도가 높아지는 디스플레이산업에서 가장 크기가 큰 10.5세대(2940㎜×3370㎜) 패널을 생산한다. 양산 시점도 LG디스플레이의 경기 파주 P10공장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중국이 생산 규모뿐 아니라 기술에서도 한국 업체를 상당히 추격해왔다는 방증이란 분석이다.

◆‘타도 한국’, CSOT의 큰 그림

7일 외신에 따르면 CSOT는 최근 투자자를 불러모은 자리에서 TV용 OLED 생산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생산은 2016년 11월 착공한 선전 공장에서 할 예정이다. 여기서는 내년부터 월 9만 장의 10.5세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생산할 예정이었다. CSOT는 이 중 일부 설비를 OLED용으로 전환해 10.5세대 OLED 패널을 월 2만 장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OLED마저… 중국에 턱밑까지 따라잡혔다
중국 디스플레이업계는 2010년대 중반부터 OLED에 공을 들여왔다. 한국의 LG디스플레이가 TV용 OLED,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용 OLED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청두 공장을 시작으로 양산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모두 스마트폰용 OLED인 6세대(1500㎜×1850㎜) 공장뿐이다. 중국 업체 톈마가 양산 시점을 두 차례 연기하는 등 대부분 업체가 6세대 공장 가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중국의 TV용 대형 OLED 패널 생산은 먼 미래 일로 여겨졌다.

2013년부터 TV용 OLED 패널을 생산해온 LG디스플레이는 파주에서 8.5세대(2250㎜×2500㎜) 패널을 만들고 있다. 10.5세대 OLED 패널 양산은 2021년 예정으로 CSOT와 동일하다. LCD 패널 생산량은 지난해 3분기부터 BOE에 뒤졌다. CSOT가 계획대로 10.5세대 OLED 패널 양산에 들어가면 양과 질에서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을 따라잡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 정부가 LG디스플레이 광저우 OLED 공장의 승인 조건으로 OLED 기술 이전을 요구한 것 역시 CSOT 등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감의 배경은

OLED는 LCD와 비교해 양산이 어려운 품목으로 여겨졌다. 공정이 표준화돼 있는 LCD와 달리 업체마다 다른 기술을 적용하는 데다 유기물인 OLED 입자를 패널에 붙이고 안정시키는 데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해서다.

CSOT는 OLED 입자 증착에 잉크젯 기법을 도입해 LG디스플레이와의 기술 격차를 한번에 뒤집는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는 커다란 판에 미세한 구멍을 내 OLED 소재를 흘리는 방식으로 OLED 입자를 입혀왔다. 구멍마다 균일하게 OLED를 입히려면 상당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CSOT는 잉크젯 프린터가 물감을 입히듯 OLED 입자를 쏴서 증착할 계획이다. 이미 카티바, 스미토모화학, 머크, 듀폰 등 관련 장비 및 소재 업체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4.5세대 시험라인을 구축해 실제 양산 가능성도 끊임없이 검증하고 있다. 10.5세대 OLED 생산 계획 발표는 이 같은 기술 적용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CSOT의 계획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잉크젯 기법은 한국 업체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한 곳이 없다”며 “중국 업체가 10.5세대 OLED 패널을 제작할 수 있다고는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개별 업체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는 중국에서 각종 혜택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 업종에서 중국 정부는 상위 한두 개 업체에 지원을 집중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LCD와 스마트폰용 OLED에서는 BOE에 뒤진 CSOT가 정부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실제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청사진을 먼저 제시했다는 것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