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제조업이 '리쇼어링 바람'도 일으켰다
선진국의 제조기업들이 스마트 공장을 잇달아 구축하면서 해외 생산시설을 국내로 이전하는 ‘리쇼어링(reshoring)’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제조업 혁신으로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갈 필요성이 줄어든 대신 스마트공장 관리자와 디지털 인력 등 고숙련, 고임금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대거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제조업 분야 고용이 늘어난 데는 이 같은 리쇼어링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파나소닉은 최근 태국에 있던 6개 생산라인 중 1개 라인을 오사카 근교 다카쓰키 공장으로 옮기기로 하고 현장 공사에 들어갔다. 도요타와 닛산도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던 물량 각각 10만 대를 일본으로 돌렸다. 파이어니어는 태국에 있던 내비게이션 생산 설비를, JVC켄우드는 말레이시아에서 오디오 생산 라인을 일본 공장으로 이전했다.

미국에선 기술 혁신과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2010년부터 2016년 1월까지 1600여 개에 달하는 기업이 복귀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미국 내 리쇼어링으로 약 80만 명의 제조업 종사자가 추가로 생겨나고 간접고용도 24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리쇼어링에 해당하는 한국의 ‘유턴 기업’ 실적은 초라하다. 미국 일본의 리쇼어링에 비해 유턴 기업의 범위가 지나치게 엄격한 데다 실질적인 지원 혜택도 적기 때문이다. 한국의 유턴기업지원법은 국내에서 사업장을 증설하는 기업 중 해외 법인을 청산하거나 해외 생산량을 50% 이상 줄이는 기업만 유턴기업으로 인정한다. 선진국에서는 단순히 해외 법인 생산량을 국내로 끌어오거나 국내 생산설비를 늘리기만 해도 리쇼어링 기업에 포함해 지원한다. 해외 법인을 청산하거나 축소할 필요도 없다.

작년 말 발표 예정이었던 유턴기업 활성화 방안도 미뤄지고 있다. 해당 대책이 담긴 투자유치제도 종합개편방안은 작년 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유럽연합(EU)이 외국인 투자 지원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표류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적절한 유인책만 있다면 상당수 기업이 유턴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