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한국필립모리스 제공
소비자들이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한국필립모리스 제공
'아이코스', '글로',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니코틴, 타르 등의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정부 조사결과 나타났다. 오히려 타르는 일반 담배와 비교해 최대 1.5배 더 많이 나왔다.

정부가 유해성 분석을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얘기해온 담배회사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다시 한 번 불 붙을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부터 담배 성분의 국제표준 측정방법인 ISO(국제표준화기구) 방식과 헬스 캐나다(캐나다 보건부) 방식을 토대로 인체에 해로운 니코틴과 타르 등의 유해물질들이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과정에서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검사해왔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에 직접 불을 붙여 태우는 일반 궐련 담배와 달리, 전용 담배(담뱃잎을 원료로 만든 연초 고형물)를 충전식 전자장치에 꽂아 고열로 찌는 방식이다.

앞선 국내외 연구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타르와 니코틴은 물론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아크롤레인,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담배업계는 그동안 찌는 방식으로 발생하는 증기에는 유해물질이 적게 들어 일반 담배와 비교하면 건강에 덜 해롭다고 주장해왔다.

식약처는 국내 판매중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에 포함된 니코틴, 타르 등 11개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포름알데히드·벤젠 등 인체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분석대상 성분 및 분석방법과 분석결과에 대해서 다양한 분야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시험분석평가위원회'에서 검증 절차를 거쳐 신뢰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분석한 유해성분은 니코틴, 타르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각국 정부에 저감화를 권고하는 9개성분이다.

대상은 3개 회사의 궐련형전자담배 제품 중 한 개 모델씩을 선정했다. 필립모리스(PM)의 아이코스(앰버),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의 글로(브라이트토바코), KT&G의 릴(체인지)이 대상이 됐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공인된 분석법이 없기 때문에 일반담배의 국제공인분석법인 ISO법과 HC(Health Canada)법을 궐련형전자담배에 맞게 적용했다.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법은 담배필터의 천공(穿孔) 부위를 개방하여 분석하는 방법으로 일반담배의 니코틴, 타르 함유량 표시에 적용하고 있다. HC법은 실제 흡연자의 흡연습관을 고려해 천공부위를 막고 분석하며 ISO법 보다 더 많은 담배 배출물이 체내에 들어간다고 가정한다.

ISO법을 기준으로 볼때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담배에 비해 적었다. 국내 다소비 제품 5개(디스플러스, 에쎄프라임, 던힐, 메비우스 스카이블루, 팔리아먼트아쿠아5)평균치에 비해 66.6%로 나타났다.

반면 타르는 151.6%로 더 많이 나왔다. 벤조피렌, 아세트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은 0~28%로 훨씬 적게 나왔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니코틴 자체가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궐련형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타르의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높게 검출됐다는 것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벤조피렌, 벤젠 등 인체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궐련형전자담배도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필립모리스가 지난해 5월 국내에 아이코스를 내놓으며 첫선을 보인 궐련형 전자담배는 출시 11개월만인 올해 3월 현재까지 1억6300갑(1갑당 20개비)이나 판매되는 등 흡연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점을 고려해 암 유발을 상징하는 경고그림을 오는 12월부터 부착하기로 했으나 담배업계는 암 유발과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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