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미국에선 미 정부가 중국산 통신장비를 통한 기밀 유출을 우려하는 가운데 페이스북이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기업에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반도체산업에서 대미(對美)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중국법인 지분 인수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2007년부터 이용자 데이터 공유에 관한 제휴를 맺어온 60여 개 제조기업에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기업 외에 화웨이, 레노비, 오포, TCL 등 중국 기업 네 곳도 포함돼 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정부가 화웨이 통신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을 포함한 장비 도입을 금지한 상황이어서 부적절한 이용자 데이터 공유라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

곤경에 처한 페이스북은 이용자 데이터가 화웨이 서버에 저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화웨이와의 제휴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페이스북과 제휴를 맺은 스마트폰 및 PC 제조사들은 자사 기기에서 페이스북 서비스를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제휴 제조사는 페이스북 이용자의 인간관계, 종교, 정치적인 성향 등의 정보까지 검색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와 실크로드펀드의 자금이 투입된 중국 최대 사모펀드 허우푸투자관리공사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중국법인 지분 51%를 7억75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2016년 7월 ARM을 인수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중국 사업을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WSJ는 “ARM 인수는 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려는 중국 정부의 목표와 연관돼 있다”고 평가했다. ARM의 전체 매출(약 18억달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세계 최대인 1320억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란과 북한 제재 위반을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미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취했다가 이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경영진 교체 요구와 함께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