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한 없이 한진家 이명희 피해자·참고인 추가 조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이명희(69) 일우재단 전 이사장의 '갑질'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영장 기각 후 6일 피해자와 참고인의 일관된 진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날 오후부터 법원에서 수사기록과 이 전 이사장 측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며 제출한 변론서 등을 넘겨받아 보강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법원이 구속영장 기각 사유 중 하나로 "범죄 혐의 일부의 사실관계와 법리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힌 점을 염두에 두고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전 이사장 측은 현재 언론에 영상이 공개된 일부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서 경찰로서는 이를 뒤집을 증거를 마련해야 한다.

경찰은 언론에 공개된 영상파일과 피해자·참고인들이 제출한 음성파일을 증거로 확보했지만, 일부 혐의는 피해자와 참고인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오래된 데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 많기 때문이다.

경찰 입장에서는 법원에 피해자와 참고인의 진술이 일관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혐의를 입증하는 수밖에 없는 만큼 보강 수사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피해자와 참고인을 폭넓게 만날 계획이다.

경찰은 4월 23일 내사에 착수해 5월 31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까지 170명이 넘는 참고인과 접촉해 정황증거를 확보했으며 여력이 닿는 대로 더 많은 참고인을 만나보기로 했다.

검찰이 피해자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보강하라는 지휘를 내린 만큼 피해자들을 상대로도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이 전 이사장과 합의한 피해자들과도 만나려 하지만, 이들이 경찰 조사에 다시 응할지는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보강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전 이사장을 다시 한 번 소환하거나,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 측은 4일 영장실질심사에서 피해자 5명에게 받은 처벌불원서와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다는 내용의 의사 소견서를 제출했지만, 이는 이 전 이사장의 혐의를 구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이 전 이사장이 2011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피해자 11명에게 24차례에 걸쳐 폭언하거나 손찌검을 해 다치게 한 것으로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특수상해·상해·특수폭행·상습폭행·업무방해·모욕 등 7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인 모욕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6개 혐의는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이 전 이사장이 피해자와 합의한 만큼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형량은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