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장수 카드'가 뜬다
카드업계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상품이 등장한다. 카드사들이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너도나도 새로운 기능과 혜택을 강조하는 카드를 내놔서다. 1년에 새로 출시되는 카드 종류만 해도 100개 안팎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몇 년 못 가 금방 사라지는 ‘반짝’ 상품도 부지기수다.

이런 와중에 1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장수 카드’도 있다. 세대를 넘어 오랜 기간 읽히는 스테디셀러처럼 카드업계에도 스테디셀러로 통하는 상품이 존재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어떤 카드를 선택할지 고민된다면 많은 이용자가 꾸준히 가입하는 상품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라며 “그만큼 만족도가 일정 수준은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로 확고한 입지 다져

장수 카드의 대표주자로는 신한카드의 ‘레이디카드’가 꼽힌다. 레이디카드는 1999년 9월 출시돼 올해로 20년째 판매되고 있다. 요즘도 매월 신규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 누적 발급 규모가 1670만 장에 달한다.

이 카드가 장수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덕분이라는 게 신한카드의 분석이다. 레이디카드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여성전용 카드다. 쇼핑과 음식점 결제금액 할인에 특화된 게 특징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당시는 특정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카드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며 “여성의 소비 성향을 감안한 혜택을 적용한 시도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가 2003년 5월 선보인 ‘현대카드M’은 신용카드 단일 브랜드로는 최대인 800만 명 가입 기록을 세웠다. 엄밀히 말하면 M카드 자체는 2013년까지 10년간 판매됐다. 2013년 7월부터는 ‘현대카드M 에디션2’로 명맥을 잇고 있다. M카드 시리즈는 풍부한 포인트 혜택으로 주목받았다. 포인트 적립률이 0.5~2%로 동시대 다른 카드사에 비해 높고 이용 실적에 따라 기본 적립률이 1.5~2배 늘어나도록 했다. 이 같은 포인트 적립 정책은 에디션 2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또 적립된 M포인트는 현대·기아자동차 구매 시에도 사용할 수 있다.

2007년 10월에 출시된 신한카드의 ‘러브카드’도 장수 카드 중 하나다. 이 카드는 당시 신한카드가 LG카드와 합병한 직후 내놓은 카드다. 합병 후 선보인 첫 카드인 만큼 공을 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나오던 카드는 할인과 적립 중 한 가지만 제공하는 식인 데 비해 러브카드는 할인과 적립 두 가지를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파격적 시도’란 평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꾸준히 발급돼 누적 발급 수는 720만 장에 이른다.

체크카드 중에서는 KB국민카드의 ‘노리 체크카드’가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노리카드는 2010년 12월 출시돼 8년째 판매되고 있다. 이 카드는 20대를 겨냥해 대중교통과 통신요금, 영화 결제금액 등을 할인(전월 실적 따라 할인금액 변동)해준다.
스테디셀러 '장수 카드'가 뜬다
인지도 효과 톡톡… 효자 대우받아

이들 장수 카드는 각 카드사에서 ‘효자 카드’ 대우를 받고 있다. 굳이 카드 모집인을 통한 가입 유치나 대대적인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장수 카드는 소비자가 알아서 찾는다는 게 카드사들의 설명이다. 판매 기간이 오래된 만큼 쌓아 올린 인지도를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많다. 해당 카드사를 떠올릴 때 대표 상품 이미지로 장수 카드가 연결되는 식의 상징적인 의미도 갖는다고 했다.

이 밖에 큰 변동 없이 매년 기본 실적을 유지해준다는 측면에서도 일정 부분 회사 실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카드에 비해 중도 해지 등 이용자 이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도 장수 카드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렇다 보니 카드사들은 장수 카드 유지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기본적인 혜택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시장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아무리 좋은 서비스여도 바뀐 소비 트렌드와 동떨어지면 오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