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법률 공포안이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액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가 산입범위 개편 ‘숙제’를 대신 풀어주고 ‘공’을 최저임금위로 넘긴 것이다. 하지만 양 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강력 반발하며 모든 노사정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는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勞 빠져도 최저임금 결정… '최임법 17조' 발동될까
노동계 없이 최저임금 심의

일각에서는 노동계의 불참으로 최저임금 심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2019년은 ‘최저임금 기준이 없는 해’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결정고시한 최저임금액(시급 7530원) 적용 기한이 올해 12월31일로 끝나면 산업현장에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최저임금위원회가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참여하는 노사정협의체라는 점에서 노동계가 마냥 논의를 거부하는 것은 부담이 있다. 게다가 노동계가 끝까지 거부한다고 해도 법적으로 최저임금은 결정할 수 있다.

최저임금법 17조에 따르면 회의는 고용노동부 장관 또는 최저임금위원장,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소집할 수 있고, 재적 과반수의 출석과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의결 과정에는 반드시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 3분의 1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다만 노사 위원이 2회 이상 출석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3분의 1 출석’ 요건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 이 조항은 노사 어느 일방이 고의로 위원회를 무력화시키는 사태를 막기 위해 2008년 신설했다. 이후 노사 한쪽이 심의 막판에 일부 퇴장하더라도 최저임금법 17조가 발동돼 파국을 막을 수 있었다.

최저임금 논의 15일 이후 본격화

최저임금위 안팎에서는 오는 15일 예정돼 있는 2차 전원회의 이후 양 노총이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저임금위 자체를 그 이상 보이콧하면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이 주도해 내년도 인상률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 고위관계자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이 현시점에서 최저임금법 17조의 적용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고시일이 8월5일인 점을 감안하면 위원회도 마냥 기다릴 순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8일 만에 국무회의 의결이 이뤄진 것도 정부가 노동계의 이탈을 막으려고 조치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3년 정년연장법(연령상 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과 지난 2월 ‘주 52시간 단축’ 근로기준법은 본회의 통과부터 국무회의 의결까지 각각 14일이 소요됐다. 이번에는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켜야 노동계의 최저임금위 복귀 시점을 당길 수 있다는 청와대의 판단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한국노총은 지난달 2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추천위원 5명의 최저임금위 불참 의사를 밝혔다. 민주노총 역시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의 사퇴를 선언했다. 양 노총은 이날 국무회의 의결 직후 최저임금법 재개정을 위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조가 있는 기업에는 산입범위 개선 효과가 없어 아쉬움이 있지만 임금체계 개편 등 최저임금이 준수되고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