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작년 말 전 계열사에 지시를 내렸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며 돈도 벌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라.” 계열사별로 이를 위한 조직도 만들었다. SK는 사업계획에 따라 별도 회사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분리하면 ‘소셜벤처’가 되는 셈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소셜벤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사례가 속속 나오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셜벤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지난달 대표적 소셜벤처인 차량공유 업체 쏘카 대표로 현업에 복귀하는 일도 있었다.
마리몬드
마리몬드
◆사회적 기업을 넘어

모어댄은 폐자동차의 가죽시트나 에어백 등을 활용해 가방과 액세서리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다. 자원 재활용을 통해 환경개선에 기여하고, 제품에 디자인과 기능성을 더해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를 할 수 있게 하겠다며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했다. 창업 때 SK이노베이션 지원을 받았다. 작년 11월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모어댄의 브랜드 ‘컨티뉴(Continew)’ 가방을 착용한 것이 알려지자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 3월에는 SK를 방문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어댄 가방을 구매한 후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올해 모어댄은 매출 목표를 1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사회적 기업으로 시작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사례도 있다. 2007년 설립된 제너럴바이오는 친환경 세제 및 기능성 화장품을 제조한다. 지난해 2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직원 40여 명 가운데 절반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다. 사업과 사회적 책임 모두를 해결한 사례로 꼽힌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마리몬드는 국내 소셜벤처의 상징이 됐다.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스토리를 표현한 플라워 패턴을 시즌별로 소개하고 패턴을 활용한 제품을 판매한다. 수익금의 절반 이상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쓰인다. 마리몬드 직원들은 매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해야 한다. 가수 수지와 배우 박보검이 마리몬드 제품을 사용한 것이 알려지며 인지도가 높아졌다. 올해 매출 목표를 100억원으로 잡을 정도로 성장했다.

◆‘임팩트 투자’ 나선 정부

사회적 기업과 달리 기업가의 혁신과 모험정신을 바탕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소셜벤처 인큐베이터들이 진행하는 경진대회 등에는 수백 개의 팀이 몰리는 일이 다반사다.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정부 인증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기업과 달리 자유롭게 기업을 키우며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젊은이들을 소셜벤처로 이끌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부도 500개 정도인 소셜벤처 활성화에 나섰다. 중기부는 소셜벤처를 활성화하기 위해 1200억원 규모의 소셜임팩트 펀드를 신설키로 하고, 옐로우독과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등을 민간 임팩트 투자회사로 선정했다. 옐로우독은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2016년 설립한 회사다. 200억원 규모의 투자금으로 쏘카, 유치원 셔틀버스 공유서비스인 셔틀타요, 주거 공간 임대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테이즈 등에 투자했다. 임팩트 투자는 수익을 창출하면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목적의 투자를 말한다. 사회적 임팩트 투자 또는 사회적 투자라고도 한다. 구체적인 목표 수익률을 세우고 사회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업이나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임팩트 투자 규모는 적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셜벤처의 자금 조달원인 임팩트 시장이 세계 규모(약 15조원) 대비 0.35%에 불과하며 전체 벤처투자 중 임팩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6%)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