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줄줄이 꺾인다… 글로벌 경기 둔화 먹구름
유럽과 신흥국 경제지표가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데 따른 상대적 부진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보다는 유럽과 신흥국의 경기 둔화 조짐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발(發) 통상전쟁에다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의 정치 불안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JP모간체이스가 집계한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53.1로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선진국 지수는 54.7, 신흥국 지수는 51.1로 신흥국 경기가 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아직 경기 위축까지는 아니지만 확장 흐름이 확실하게 꺾이면서 불안을 키우고 있다.

선진국 중에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 흐름이 좋지 않다. 유로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로 2016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6~9개월 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1월 100.19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올 3월 100.03까지 떨어졌다. 경기 확장과 수축을 나누는 기준선인 100은 넘고 있지만 이 역시 하락세가 뚜렷하다. OECD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9%에서 3.8%로 낮췄다. 미국(2.9%)과 중국(6.7%) 성장률 전망치는 유지했지만 유럽(2.3%→2.2%)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미국발 통상전쟁이 관세보복전을 부르면 교역이 축소되면서 생산·소비까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는 미국이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자 즉각 미국 농축산물과 공산품 등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미국의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그에 대한 보복관세 조치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또 미국과 중국이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0.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리 폴락 도이체방크 채권운용수석은 “관세 부과는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높여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정치 불안도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부가 들어선 이탈리아가 EU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유로존 체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