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후보 중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신임 원장 공모 절차를 중단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원장 후보군을 다시 추렸다. 추려진 후보군에는 탈원전을 주장하던 교수들이 이름을 올려 결국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낙점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경사연이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장 후보자심사위원회를 연 결과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연구본부장과 김종달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등 3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경사연은 박주헌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4월 퇴임하자 지난달 신임 원장 공모에 나섰다. 박정순 집단에너지 실장, 오진규 선임연구위원, 이근대 연구기획본부장 등 연구원 내부 출신 3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경사연 이사회에서 선임안이 부결됐다. 당시에도 정부에서 낙점한 인물이 최종 후보군에 끼지 못하자 이사회가 선출을 거부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번 후보군에 포함된 두 명의 교수는 원자력발전·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뜻을 고수해왔다. 조 교수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을 총괄·조정하는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 교수도 기고와 토론회 등에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4월엔 환경 시민단체 등이 주도해 구성한 에너지전환포럼의 고문을 맡았다. 경사연은 7월 초 이사회를 열어 신임 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