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되면서 경영 공백 우려는 덜었지만, 금융계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곽형섭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1일 “피의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함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함 행장의 영장 기각에도 금융계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검찰이 현직 은행장은 물론 회장까지 겨냥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여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은행을 포함해 국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다섯 곳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이 지난달 29일 검찰에 소환됐고 이에 앞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지난달 9일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하나은행에 대한 기소를 완료한 뒤 수사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라며 “6·13 지방선거가 끝나는 이달 중순께로 발표 날짜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선 검찰이 무분별한 영장청구 등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 1월 채용비리 혐의로 신청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구속영장 역시 기각되지 않았냐”며 “금융계에 대한 채용비리 수사가 특별한 성과 없이 길어지면서 각 은행 고위 임원진의 경영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4일로 예정된 김경룡 대구은행장 내정자 취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연기했다. 김 내정자의 채용비리 관련 수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채용비리 수사가 반년 넘게 지속되면서 금융그룹 계열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요 최고경영자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각 금융회사의 신사업과 관련해 인가 심사를 뒤로 미루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심사, 하나자산운용의 하나UBS자산운용 지분 인수 심사,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 등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이 불구속 상태라도 기소되면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리더십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순신/안대규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