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일(현지시간) 캐나다 휘슬러에서 막을 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왕따’가 됐다. 미국을 제외한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6개국은 미국이 유럽·캐나다·멕시코산 철강·알루미늄에 10~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일제히 “우려와 실망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G7이 G1(미국)과 G6(나머지 6개국)로 나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을 제외한 6개국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에게 촉구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번 회의는 G7이라기보다는 G6+1(미국)이었다”며 “미국이 동맹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하려면 며칠 내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회원국 간 심각한 균열과 공개적인 비난은 G7이 1970년대 출범한 이래 보기 드문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군사적으로 가장 가까운 국가에 보호무역 조치를 해 다른 나라들이 화가 났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철강 수입 제한 조치와 관련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서 “미국은 0% 관세를 부과하는데 그들은 미국 상품에 25%, 50%, 심지어 100%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것은 불공정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자유롭거나 공정한 무역이 아니라 바보 같은 무역”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연간 8000억달러(약 860조원)의 무역적자를 낸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수년간 바가지를 써 왔는데 이제 현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이끄는 미 대표단이 지난 2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로스 장관은 4일까지 중국과 3차 무역협상을 벌인다. 미국은 지난달 워싱턴DC에서 열린 2차 무역협상에서 중국과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중국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 협상 중인 3일 성명을 통해 “양국이 그동안 협상을 통해 얻은 성과들은 양국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무역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를 포함해 미국이 무역제재를 시작한다면 협상의 성과는 모두 효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