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위기를 맞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일(현지시간) 도이체방크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날에는 미국 금융당국이 도이체방크의 미국 자회사를 ‘심각한 재정적 취약점을 가진 은행’ 리스트에 추가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1년 전부터 이 자회사를 ‘문제가 있는 상태’로 분류해 감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이체방크는 실적 악화로 지난 6년간 최고경영자(CEO)가 네 차례나 경질됐다. 지난달부터는 직원 9만7000명 중 7000명에 대한 감원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 취임한 크리스티안 제빙 CEO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투자은행 사업을 축소하고 미국과 아시아 등에선 증권 거래 업무도 줄이고 있다.

하지만 도이체방크 주가는 지난 1일 9.5유로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 40%, 최고가였던 2007년 초(87유로)에 비해선 90%가량 추락했다.

도이체방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 공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한 뒤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4억9700만유로의 손실을 내는 등 3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2005~2009년 리보금리(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으로 미국과 영국 금융당국으로부터 25억달러(약 2조688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