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팩'으로 시작해 대륙 휩쓸었지만… 中 톱5에 'K마스크팩' 실종
2007년 홈쇼핑 채널에서 ‘하유미팩’(셀더마 하이드로겔 마스크)이 첫 전파를 탔다. 새로운 시장의 탄생을 알리는 방송이었다. 팩은 대박이 났고, 국내에 시트 마스크팩 시장이 열렸다. 마스크팩은 여성들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이어 새로운 소비자가 나타났다.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너도나도 명동에서 팩을 사갔다. 2013년, 2014년께 일이다. 중국 본토로 유행은 번졌고, 마스크팩은 ‘K뷰티’ 대표상품으로 떠올랐다. 중소기업들이 주도했다. 제닉, 엘앤피코스메틱(메디힐), 리더스코스메틱 등이 성공 신화를 썼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한한령(限韓令) 등으로 선발주자들은 주춤했다. 이 틈을 지피클럽 제이준코스메틱 등 후발주자들이 메웠다. ‘K 마스크팩’은 중국시장을 기반으로 10년간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치고 올라오는 중국 현지업체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판 중국시장

‘1일1팩 시대’라고들 한다. 국내 시장 얘기다. 마스크팩 소비층이 젊은 여성에서 전 연령대의 여성과 중년 및 노년 남성까지 확대되고 있어 나온 말이다. K뷰티가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중국도 1일1팩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시장이 국내 마스크팩 업체들의 성장판 역할을 계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에선 여전히 화장을 안 하는 여성이 적지 않고 소득 증가와 비례해 피부관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황사와 미세먼지 문제, 중국인의 선물 관행 등도 마스크팩 수요 확대의 요인이라는 얘기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중국 마스크팩 시장은 2014~2016년 연평균 24.6% 성장했다. 시장 규모는 2016년 181억위안(약 3조700억원)에서 지난해 200억위안(약 3조4000억원)가량으로 커졌다.

이렇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국내 신흥 강소기업들이 약진하고 있다. 꿀광 마스크팩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지피클럽(JM솔루션)은 중국에서 판매가 급증해 작년 영업이익이 89.9%나 늘었다. 올해 매출은 8000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아빠가 만든 화장품’이란 콘셉트로 알려진 파파레서피도 티몰과 타오바오 판매량 기준으로 중국 내 톱10 마스크팩 브랜드에 진입했다. 이 밖에 코스토리, 제이준코스메틱 등 후발주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돋보이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내 인지도가 급상승 중인 배우 정해인 씨를 모델로 둔 듀이트리는 공격적인 중국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1세대 마스크팩 회사인 엘앤피코스메틱과 에스디생명공학, 리더스코스메틱 등은 지난해 매출과 수익성 악화의 쓴맛을 봐야 했다.

◆중국 업체들 ‘맹추격’

이런 국내 마스크팩 업체들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수치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올해 CNPP 브랜드 데이터연구원이 선정한 마스크팩 10대 브랜드에 국내 업체는 한 곳도 들지 못했다. 모두 중국 업체였다. 티몰과 타오바오의 지난 3월 판매량을 기준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1~5위까지가 모두 유니팡 등 중국 현지 브랜드였다. 상위 800개 브랜드가 판매한 마스크팩만 34만 가지가 넘을 정도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분석기관 메저차이나에 따르면 1위인 유니팡은 한 달간 20만 세트를 판매해 전체 브랜드 매출의 14.1%를 차지했다.

중국의 마스크팩 기술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원단의 품질이 빠르게 향상됐고, 원단에 넣는 에센스는 한국 브랜드와 비교해 격차가 더 줄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소비층을 겨냥한 마케팅에서도 중국 업체가 앞서가고 있다.

중국업체들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한국 화장품 전문 제조업체를 통한 생산도 시작했다.

문시언 듀이트리 회장은 “중국 최대 쇼핑시즌인 광군제에 티몰이나 알리바바 등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보면 마스크팩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에 한국산이 들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점만 내세워 중국에서 승부를 걸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개발 전문컨설턴트인 이수향 수컨텐츠랩 대표는 “마스크팩은 마진이 적고 소비자의 충성도가 약한 게 단점”이라며 “차별화된 아이디어 제품을 끊임없이 출시하면서도 마스크팩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기초 화장품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